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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정 과장과의 만남

평산 2010. 8. 22. 23:44

 

 정 과장으로 부터 어느 날 문자가 왔다.

일상적인 인사말이었는데 전화번호를 대충 보니 우리 동네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이었다.

서비스 차원이라 생각하며 등한시했지만 그 후로 일요일에도 문자가 오고 휴일에도 문자가 오니......

드디어 조금씩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

 

 '할일이 없는 사람인가?' 했다가......

 '혹시 일직이 있는 날에 한가하니 문자를 보내나?'

 '이름이 동규였으니 남자 같은데......'

 

 

 

 

 

 

 

 

 

 

 

 

 

 

 

 

 '이럴 거야, 저럴 거야.' '옳고, 그름 따위의......'

分別心을 갖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지만 계속해서 문자가 오니 어느 날은 전화번호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핸드폰 번호가 아니라서 흔한 아침인사도 건넬 수 없더란다.

 '은행에 가면 한번 물어봐야겠네.'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은행에 갈 때는, 

다른 볼일을 앞두고 30분정도의 시간을 내다보니 정 과장은 떠올릴 사이도 없이 후다닥 나오게 되었다.

그러다가 ......

그러다가......

어느 덧 계절이 한번 씩은 돌아왔을 시간이 흐른 며칠 전,

만기가 된 통장이 있다며 은행 안쪽으로 들어와서 꼭 '정동규'를 찾으라는 전화가 왔다.

 '올 것이 왔구나!'

 '내 돈 찾으러 가는데 왜 그리 가슴이 떨리는 걸까? ...ㅎ...'

 

 은행 안쪽은 의자가 두개 있었는데 바깥 분께 이름을 말했더니 오늘 만기손님 세분 중 한분이라며 茶를 건네고는,

담당이 옆에 계신 정동규님 이신데 지금 손님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마감시간 30분을 두고서 갔었기 때문에 급하기도 해서......

 "저~~, 아무 분이나 처리해주셔도 괜찮은데요."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이야기 했다. 

 "그럴까요?"

 

 통장을 건네고 일을 처리 하려는 순간, 옆의 분은 볼일이 끝났는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내 앞의 직원이 느닷없이 "정 과장님, 이 분이 xxx....." 하고  

소개를 하니 정동규라는 분이 머리를 쳐들어 나를 바라다보는데?

 "어머나!!! 정동규님이 여자 분이셨군요?"

 " 난 또오~~~~~ㅎㅎㅎ"

 

 "실망하셨어요?"

 "문자가 가끔 오길 레 어느 날부터는 궁금해지더라고요, 성함도 남자 분 같았으니 더욱요~~~~~"

 말하자면, 정 과장은 이런 이야기가 처음이라는 듯 재밌게 들어주며 웃어주는 배 나온 넉넉한 아줌마였다.

처음만난 사이에 술 한 잔 걸친 것도 아니었건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가 마감시간을 훨씬 넘기고,   

선물도 두어 가지 받고는 기분 좋게 은행 뒷문으로 나왔다. 착각은 자유였지만 정 과장과의 편안한 만남이었다.

 

 

 

 

 

 2010년   8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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