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북한산 숨은벽에 두 번째로 올랐다.

주위의 친구들은 오르지 않는 곳이어서 혼자서는 생각을 못하는 곳이지만

밑은 아직도 초록인데 거짓말처럼 단풍을 구경했던 가을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높다란 암석 사이사이에 분홍빛 너울 철쭉이 피는 봄이면 다시 한 번 와야겠구나~~했던 곳이다. 

하지만 생각뿐이었다.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나서.....

 

 

 

 

 

 

 아직 북한산은 겨울풍경에 가까운 이른 봄!

서울의 자랑거리인 우렁찬 숨은벽에 멀리 사는 친구들이 올라보고싶다 소식이 왔네? 

두 번째 오르면 어디를 가든 두려움이 반으로 줄어들기에 반가운 만남을 상상하면서 용기를 내었다.

산을 오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자면 아주 근사한 카페에 앉아 대화를 하는 것 이상으로

넉넉한 시간에다...시원한 풍경에...운동마저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던가! 

 

 북한산의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계시는 분이 이끌어주셨던 처음에야 졸졸 따라만 갔었다면......

요번엔 들머리가 다르고 혼자서 산 입구를 찾아가는 것이라 시외버스 안에서 내릴 곳이 어디일까 자꾸만 불안해하니,

송추로 가시는 아저씨께서 길목이라며 내려주시겠다 하신다.

 "왕초보신 듯한데 숨은벽에 가시나요?"  

꽉찬 버스 안의 사람들 중 혼자서 내렸으니 과연 어려운 곳인가.

구멍가계에서 따뜻한 茶 한 잔 마시고 잠깐 서성이다 고대(苦待)했던 그들을 만났다.

 '아휴~~~반가웠어라!'

 '이게 꿈이여 생시여~~~ㅎ '

 

 날이 서늘하다고 했었지만 오붓한 숲길을 오르며 바람은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다지 춥진 않았다.

가파르다는 기억이 남아있었는데 아직은 완만하여 준비체조 하기에 벅참이 없었고......

1시간쯤 올랐나?

본격적인 숨은벽 등반에 앞서 옷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잠시 숨 고르시는 분들....

벌써 앉아서 자리 깔고 드시는 분들 사이사이로 만났다 흩어졌다 무리를 따라가보는데.....

전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숨은벽 능선이 글쎄, 숲길 사이에서

뚝심 있는 근육과 알통을 드러내며 누가 날 보러 멀리서 온 것이냐? 위용(威容)스럽게 내다보았다.

 "와~~~와아~~~!"

 "멋지다, 저렇게 잘 생겼다니......." 

 

 

 

 

 

 

 

 두 번째 대하는 나였음에도 능선을 올려다보며 저절로 감탄이 나왔었다.

 '우와~~~~어찌 저런 모습을 스스로가 만들 수 있었을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사진을 한 장 담아가자며 찍고 돌아서는데 어깨를 살짝 스쳤는지......

'어? 어~~~'

절대 위험한 구간이 아니었는데 아주 작은 움직임에 그만 중심을 잃었었다.

넘어지며 地面이 보였다면 충격이 덜하도록 짚는 부위를 달리했을 지도 모르겠는데

사진기를 보호하려고 그랬었나 얼떨결에 몸무게가 실리면서 손등이 먼저 바위에 닿았던가보다.

 

 손 여기저기 상처에 나왔던 렌즈는 휘어져 들어가지 않고.....

 '갑자기 이거 내가 어떻게 된 것이지?'

덜렁거리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에게도 미안하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말이야.

얼른 숲을 바라다보며 사람들을 등지고 휴지로 대충 마무리지고는 보이지 않으려 장갑을 끼었는데 으~~~

피는 계속 나오지...무릎은 해동된 흙탕물에 담가 축축해졌지......

이제서야 숨은벽에 오르려는 찰라인데 이를 어쩌나???

 

 도로 내려가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었다.

다친 손으로 땅을 짚고...쇠줄을 당기며...오르고 내리고......

어쩌다가 손을 잡아줘야 하는 구간이 나오기라도 하면? 아!아~~~~!

 

 雪上加霜으로 길을 잃어 헤매기도 했지만...... 

숨은벽을 타고 넘어 바람 부는 백운대 정상으로 올라 나부끼는 태극기와 인사 나누고,

멀리 의정부 쪽이나...우리 집이 있는 곳 ...인수봉 ...만경대....두루두루 훒어보다가

비온 후 제법 수량이 많아진 맑은 계곡을 따라 노란 생강나무가 반겨주는 북한산성입구로 내려왔다. 

여럿이 점심도 함께하며 아픔도 잊고 즐거웠는데 여인들이 그 새벽에 도시락 반찬이며 과일이며 대단했었네?

 

 집에 와서 살펴보니 무릎도 멍이 들고 오른손 왼손 상처에 걸레질을 하기도 어려웠지만,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시는 것처럼 회복이 빨랐다.

당연히 한주일 빠져야 할 것이라 여겼던 가야금 배우기를 3일 째 되는 날 붕대를 풀고 튕겨보니......

손가락이 완전하진 않아도 움직여져서 결석을 하지 않아 다행이었으며......

집에서 북한산 뒤쪽으로 가는 버스를 이 기회에 발견하게 되어 기뻤다.

 

 '친구 분들,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합니다.'

 '平山, 괜찮습니다'

 '이제 설거지도 잘 한다지요!....ㅎㅎㅎ...'

 

 

 

 

 

 

2012년   4월   6일   평산.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