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정자
살림정리하실 때 당신은 싫다시며 약이 될 것이니 너라도 먹으라 하신 듯
거무튀튀하고 이리저리 기울여보아 흐름도 빨라서
꿀이 맞는 것일까?
냄새도 약간 방향을 잃고 헤맨 듯 하였으니.....
아깝기는 해서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두었다가
나 또한 먹게 되질 않아 그동안 꿀 생각을 못하고...
꿀이었다가....
꿀이...
딸기잼으로 변했다가
딸기잼이 이렇게 오래되었으면 못 먹을 테지
버리더라도 이다음에 버리자
비바람에 다시 푸르렀다 붉어졌다 강산이 한번 쯤 더 지났을까
나 또한 살림정리하며 어둠속에서 까만 단지 보였을 때
너무 생소해 화들짝 놀라며
이게 무슨 단지였나?
기억마저 가물가물.....
그러니까
이 단지는~~바로 ~~그?
어머님이 딸기잼이라고 하셨나 꿀이라고 하셨던가
뚜껑을 열기도 전에 음산하며 구렁이라도 나올지 걱정 가득한데
손끝에 찍어 용감하게 맛봐주니 고마운 일이어라
꿀인 것 같은데?
여전히 약간 방향을 잃어 조청에 간장을 탄 듯한 맛
이제서야 반질반질 꿀단지 닦아주며 기운 없다 느껴질 때
한 방울 신비로움 흘릴까 애지중지 따라 붓고
몸보신한다며 조금씩 음미해보는데 말야
당연히 보약으로 거듭났을 거라 의심치 않으며
갑작스런 귀빈대우 웬일일지......
나보다 더 놀란 거뭇거뭇 꿀단지
2012년 5월 24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