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생활

꿀단지

평산 2012. 5. 24. 17:04

 

            

 

 

 

 어머님이 꿀단지를 주실 때 이미 강산은 한번 변했다 하셨을 게다.

살림정리하실 때 당신은 싫다시며 약이 될 것이니 너라도 먹으라 하신 듯

거무튀튀하고 이리저리 기울여보아 흐름도 빨라서

꿀이 맞는 것일까?

냄새도 약간 방향을 잃고 헤맨 듯 하였으니.....

 

 아깝기는 해서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두었다가

나 또한 먹게 되질 않아 그동안 꿀 생각을 못하고...

꿀이었다가....

꿀이...

딸기잼으로 변했다가

딸기잼이 이렇게 오래되었으면 못 먹을 테지 

버리더라도 이다음에 버리자

 

 비바람에 다시 푸르렀다 붉어졌다 강산이 한번 쯤 더 지났을까

나 또한 살림정리하며 어둠속에서 까만 단지 보였을 때

너무 생소해 화들짝 놀라며 

이게 무슨 단지였나?

기억마저 가물가물.....

 

 그러니까

이 단지는~~바로 ~~그?

어머님이 딸기잼이라고 하셨나 꿀이라고 하셨던가

뚜껑을 열기도 전에 음산하며 구렁이라도 나올지 걱정 가득한데

손끝에 찍어 용감하게 맛봐주니 고마운 일이어라

꿀인 것 같은데?

여전히 약간 방향을 잃어 조청에 간장을 탄 듯한 맛

 

 이제서야 반질반질 꿀단지 닦아주며 기운 없다 느껴질 때

한 방울 신비로움 흘릴까 애지중지 따라 붓고

몸보신한다며 조금씩 음미해보는데 말야

당연히 보약으로 거듭났을 거라 의심치 않으며

갑작스런 귀빈대우 웬일일지......

나보다 더 놀란 거뭇거뭇 꿀단지

 

 

                                                                                                   

 

 

2012년  5월  24일  평산.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얼 먹었나!  (0) 2012.07.31
요정(料亭)이라니요?  (0) 2012.06.22
어째 이런 일이...?  (0) 2012.05.19
아까운 혼자만의 숲속여행..  (0) 2012.05.14
영화 '언터처블'...  (0) 2012.03.31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