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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마도는 전라남도 영광 앞바다에서 서쪽으로 40km(?)는 가야 될 듯싶다.

하루에 한 번씩 육지에서 배가 들어가는 곳이라지만 생각보다 섬들이

여럿 연결되어 큰 편이라 놀라웠으며, 그래서 '안마군도'라고 하는가 보았다.

주민들이 한 곳에 모여 살지 않고 산자락마다 흩어져

인구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조촐한 섬이었는데,

도착한 오후 3시경 선착장 너머로 두 분씩 양쪽에 서서 빠르게

그물을 정리하시는 모습이 들어왔다.

여행객이야 한가롭고 평화로워 머무르기 좋은 섬이라 

마음에 들었지만 미안함은 어찌할까!  

안마도의 배가 닿은 곳이다.

 

 

 

 그물은 꽃게를 잡기 위한 것이며 배 위로 보이는 깃발로 바다에 표시해 놓으신단다.

5월이 지나면 꽃게가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부터 여름 내내 제철인가 보았다.

깊은 내륙에서 태어난 나는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 있을까!

 

 하룻밤 묵을 민박집을 정하여 들어가 보는데

겉보기에도 깨끗하더니 시설도 잘해놓았네.

따뜻한 물도 철철 나와서 와우~~~♬

벌써 쉬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라 물 한번 뒤집어쓰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하는데

골프장에서 이동할 때 쓰는 Car를 타고 나가보는 영광이 있었다.

돌아가며 운전을 하시고, 산길로 접어들었다가...

들길로 나왔다가... 바다를 끼고 달렸다가......

 

 육지보다야 평균기온이 낮은지 아카시나무 꽃이 지지 않고

향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찔레꽃도 한창이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섬 집에 모내기를 한 논도 보여서 

예로부터 급할 때는 쌀까지 자급자족하며 살아오셨을까?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은 대하기 어려운 곳이라 한다.

 

 

 

 잠자는 곳이 선착장 앞이다 보니 사람들 소리에 무심코 깨었다.

날은 환하고 시간은 6시쯤으로 밖을 바라다보니 섬들에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해가 떠오르며 기온이 올라가 생기나?

신선 그림을 앞에 두고 정신이 몽롱 해지며 물기 머금은 촉촉한 공기가 코 끝에 싱그러웠다.

아침을 먹기 전 뒷동산이라도 다녀오려고 길을 나섰는데.....

바람을 마주하는 섬을 빼고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풀숲을 헤치고 나가기 어렵기도 했다.

 

 서해 최전방이라 치안 상 林道처럼 섬 중턱마다 달구지 정도를

지날 수 있게 만든 길을 발견하고는 이제부터는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넓은 길도 조금 가다 보면 거미줄이 쳐져 있고 섬마다 가득 품은 고요함에  

산을 하나 넘고 선녀들이 내려와 달빛에 목욕할 듯한 좁은 灣(만)의 풍경을

독차지하다 걱정하실까 봐 바삐 되돌아오는데.....

사람소리에 놀랐는지 산에 둥지를 튼 꽃게 두 마리가 후다닥 숨는다.

나도 놀래서 땀이 어찌나 나는지.....^^      

 

 

 

 '고기 잡으러 나가세!'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 바닷물의 깊이가

있을 듯하여 배는 언제나 뜨는 것인 줄 알았지만,

서해안은 역시나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서 물때를 잘 맞춰야 하는 것 같았다.

썰물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저녁을 먹고 나온 길지 않은 시간에

가득했던 바닷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펄이 드러났으니...

여행객이야 웬일이냐며 신기하게 보였지만 섬 주민들은 걱정이 컸다.

사진에서 보이는 물이 다 빠졌었으니까.

방파제를 만들고 나서 물의 흐름이 바뀌어 흙이 항구 쪽으로 계속 들어와 자꾸만 쌓인단다.

평상시에 수심 13m의 깊이로 배의 드나듦이 걱정 없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썰물 때에 배들이 물 위에 뜨지 않을 정도라 하니,

오호~~ 통제라!

 

 

 

 섬에 머물며 병어회, 조기조림, 꽃게 볶음, 병어조림,

노래미구이를 뱃속에 가득 싣고서......

떠나기 전 미리 배에 올라 2시간여를 느림으로 혼자 놀았다.

바람 솔솔 뱃전에 앉아 방향 바꿀 때마다 달라지는

수묵화를 바라다봄이 어디 흔한 일이던가!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였으며,

혹시나 뭍에 나가 잠깐사이에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면 어쩌나~~

 

 출항시간이 다가오자 리꼴라이는 머리를 땋아

달라 빗을 건네며 Strong! 을 외치고....

바닷물이 차 왔을 때를 기다렸다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안마도를 낮 12시 30분쯤 떠났다.

항구를 빠져나갈 때까지 바닷물의 깊이를 점검하면서......

 

 

 

 빨간 등대의 방파제를 지나며 안마도여 잘 있게나~~~

평균속도 구하기... 조류를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배의 빠르기가 두 배로 되지만 거슬러 오르면 속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학교 다닐 때 수학문제가 바다에서 고스란히 적용되는 듯했다.

특히나 섬이 많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바다에서는......

그러니 출발이 빨랐어도 비슷하게 도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구름이 떠있다.

넓은 바다로 나오니 비가 한 방울씩 떨어졌는데

조금일 거라 예측했는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없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비옷을 입고서 키를 잡아야겠네, 지붕도 없으니...

침실에 내려가 있으면 캄캄하고 답답할 텐데

비가 많이 오면 요트 위에서 일이 많아지겠다 싶다.

 

 

 

 예정 도착시간보다 조금 길게 항해를 하게 되어 부안과 손잡을 거리가 되었다.

무사히 끝났으니 집에 갈 생각에 좋아라 해야 할 텐데 

머릿속은 잔잔한 아쉬움이 남았다.

'며칠 사이에 뱃사람 체질이 된 것일까....'

'그동안 바닷바람이 몸속으로 들어와 커다란 풍선을 만들어 놓았나?'

 

 

 

채석강이 있는 격포마리나의 모습!

 

 오후 6시가 가까웠을 것이다.

서울로 올라와야 하니 함께 하신 분들과 저녁식사도 못하고

시골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게 되었음에....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한 마음과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며

물결에 일렁이는 주홍빛 목포 밤바다를 마음껏 선물 받았지,

서해바다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과 달리기 시합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재미나게 놀았지

너른 바다에서 눈 맑아지고 마음의 헤엄도 무수히 쳤지,

안개 피어나는 신선한 무릉도원 방향 바꾸며 감상해 봤지,

새로운 바닷바람으로 오장육부 청소했지.

....................

햐아~~~ 

그야말로 멋진 항해였어라!

 

 

 

 

 

2012년   6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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