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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이 있어 나가려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읽을거리가 없을까?

책꽂이 앞에서 서성거리며 위아래로 책들을 훑었다.

 '얇아야 갖고 다니기 좋은데...'

 '시집은 얇지만 집중해야 하니 좀 그렇고...'

 '어린왕자'가 눈에 띄어 가방에 챙겼다.

 

 나갈 때마다 조금씩 세 번에 걸쳐서 읽었을 것이다.

처음 대하는 책인냥 구절들이 새롭게 느껴졌으며 왜 그리 재밌는 것인지...

나와 왕자의 수준이 딱 맞았다가도

어느 순간은 반성에 골똘히 읽어야 했으며,

누가 보거나 말거나  별안간 바람 빠지는 소리로 피식 웃기도 하고...

일 년이 지나 작은 별로 되돌아가는 대목에서는 왕자처럼

기운이 죽~~빠져서 난간에 기대어 고개를 푹 숙이고 읽었다.

 

 얼마나 긴 여운이 남던지.....

어느 날 아프리카 사막에 갈 기회가 있으면,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을지 눈을 커다랗게 뜰 것이었다.

이야기 들어주고 성의껏 그림도 그려주고,

대답을 하지 않으니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작가에 대한 관심마저 높아져 연보까지 종이가 뚫어져라

자세하게 읽고서도 아직 가야할 거리가 남아....

책을 언제 산 것일까.

누구에게 선물로 받은 책인가....? 

뒤적뒤적...                    

                                              

 

  

 '어? 누구지?'

 날짜와 영어로 사인(sign)이 되어 있네.

 

 '아하~~~'

 '이...이름은...바로...?'

 '그러니까...그.... 아이가 준 책이로구나!'

 '세상에나, 그 시절에 받은...책이라니....'

 

 

 그랬다.

 여고시절, 짝꿍이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하루는 재미있는 행사를 한다며 주위에 앉았던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행차했었다. 

당시에 여고가 공동학군에 속해있어서 아이들의 집이 서울시내에

사방팔방 퍼져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멀찍이 살았는데.... 

우리 집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부담이 없었지만...

남학생들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기대와 더불어 은근히 걱정도 있었던 날이다.

 

                               

 

    

 이쪽 여학생 우르르...

 저쪽 남학생 한 무리....

어느 날은 한 남학생의 외할머니께서 딸기농장을 하신다며

위험한 철로를 가로질러 어딘지도 알 수 없는 비닐하우스에 도착하여

배부를 때까지 딸기를 얻어먹은 기억과,

짝이 종교활동하고 오는 월요일 아침이면 새로운 소식들에

교실 한 모퉁이에서 하하호호 웃음꽃이 피었던...  

 

 교복을 입고 남학생과 걸으면 혼이 나는 시절이었으니...

아슬아슬 얼마나 떨렸겠는가!

얼굴은 검은 편이고 통통했던 남학생이 등장하여 친절했다는 느낌에,

언제 책을 받았을지 가물가물?

책값이 900원이라니 차암~~~

          

 '어린 왕자, 덕분에 감명 깊게 읽었어.'

 '이름을 한참 들여다보고서야 생각이 났네!'

 '어딘가에 잘 살겠지?' 

 '이 글 보면 아는 척하길 바란다...ㅎㅎ...'  

 

 

 

 

    2013년  7월  3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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