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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어느 날 엘리베이터..

평산 2013. 2. 12. 15:30

 

 산이는 2층에 산다.

그리하여 1층에 엘리베이터가 머물러있다 해도 관심이 없다.

양손에 물건을 한 아름 지니고 집에 들어올 때도 당연히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어느 날부터 엘리베이터를 타면 너무나 재밌다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변신을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재미날까?'

그냥 위로 올라가는 것 밖에 더 있겠나?

 

 

 

 

 밖을 나갔다 나박김치 한다며 마트에 들러 배추와 무를 사서 들어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중간 출발지가 이곳일 것이라며 꼭 타보고 싶다나?

무엇이 그렇다는 말인가, 혹시 변신한다는 엘리베이터?

계단을 통하여 2층으로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아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람들이 사라지길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들은 좁은 현관에서 장난을 치며 마냥 방글방글이다.

꼭 출발지가 이곳이길 바라는 눈치들로 변신한다는 엘리베이터는 이렇듯 예고가 없는 모양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탈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먼저 타겠다 부산을 떠는 가운데 들어가는 사람들은 줄줄이 많았으나 어디로들 빠지는지...

엘리베이터 안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공간이 그렇게 넓었냐며 2층으로 올라가다 이상하여 고개를 쑤욱 디밀어 둘러보다...

안쪽으로 깊숙하게 이어진 공간이 언뜻 보이길레 무엇에 홀린 듯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갔다. 

아~~~

열 걸음 정도 옆으로 옮겼을 뿐인데 엘리베이터 안은 그야말로 잘 꾸며진 카페처럼 근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지, 그동안 재밌다는 소문이 이것이었나? 와아~~~~

어디서부터 여행이 시작되었는지 친구들끼리 테이블을 차지하고 창가에 앉은 사람들....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흔들림 많은 곳을 찾아보자고 들떠있는 아이들....

다소 불안한 눈초리의 어르신도 보였고.....

 

 난, 제일 나중에 들어갔기에 얼떨결에 가까운 빈 자리에 앉았다.

'이런 엘리베이터도 있었다니? 일 년을 넘게 살면서도 몰랐네......'

의자는 편안했다. 茶를 시켜서 마실 수 있는지는 모르겠고 곧이어 움직일 것 같아 긴장이 되는 가운데...

육중한 문이 덜커덩 닫혔다.

 '휘이잉~~~~~'

기중기가 위에서 들어 올리듯 큼직한 카페가 건물 밖으로 이동되었으며......

밖으로 나가니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밑이 훤하게 보였다.

아이쿠~~~그야말로 첨단이로구나!

되도록이면 수평을 유지해서였을까 공간에 위치한 각각의 물건들이 제자리에 얌전했으며...

몸은 때때로 이리저리 조금씩 쏠리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는 곧바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빙글빙글 회오리바람처럼 아파트 외곽으로 돌았다.

이를 테면 각각의 棟들을 꽃잎처럼 곡선으로 움직여간 것이다. 

어느 棟에 사는지 센서가 다 알아서 일부러 층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들렸으며....

인식이 안 되는 외부인은 탈 수도 없다 한다.

처음 타본 것이라 중간에 내려주는 기미를 못 챘고 새롭게 탈 시간이 주어진 것 같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정거장은 있는 모양이었다.

때로는 높이 솟구쳐서 무엇인가 울컥했다가 무섭다가 신기했음에 정신 줄이 풀어지고 울렁거리기도 했다. 

연료 때문일지 검은 구름도 옆으로 함께 따라왔으며......

낮은 산에 올라 눈 아래 지형을 보는 것처럼 평소에 다니던 곳들이 훤하게 아찔아찔 보였다.

햐~~~우주선을 탄 것 같네!

앉은 의자가 공중에서 그네를 타는 듯 언제나 멈춰지려나 긴장감도 들었다.

나만 두려웠을까? 아이들은 내내 재밌다며 소리를 캬오~캬오~ 질러댔으니.....

 

 '몇 층쯤 왔을까, 30층까지 있는 것 같던데......'

뒷산에 부딪힐 듯 선회하더니 마을을 휘젓고 다니던 엘리베이터가 정상에 올랐다는 방송이 나왔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떠난다 했으며 茶 드실 분은 부담 없이 오라한다.

약 1시간 정도가 흘렀나 짐작해보며 시계를 바라다보니 1시간 30분이나 흘렀네 그랴!

정신을 좀 차리려고 커피 한잔 부탁했는데 콩을 직접 갈아서 멋진 향을 날리며 건네준다.

 '행운이었지, 내 성격에 한번 타보자고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았을 테고......'

 '그나저나 비행기 타는 셈치고 심심할 때 올라도 되겠구나!'

 

 다시 한 시간쯤 걸려서 내려간다는 이야기에 커피를 마시고 장바구니 챙겨 밑으로 내려왔다.

나박김치도 담가야겠고 오를 때 체험을 해봤으니 다음에 시간을 가져본다며.....

곧장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니 우리 집과 걸어서 5분 거리의 이웃 棟이었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나름 멋진 경험이었네?

집에 와서 배추를 썰어 소금에 절이고 양념주머니로 빨갛게 국물 만들고,

지금쯤 1층으로 내려오겠다 싶어 육중한 소리를 들어보려고 귀 기우렸으나 오후 내내 못 들었다.

밖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고 소리도 감지한 적 없었으니...

아마 경험하는 사람들만이 느껴보는 것인가 보았다.

예고 없이 홀연히 나타나는 변신 엘리베이터라 다니는 흔적이나 소리를 보여주고 싶지 않겠지!

다음에는 든든한 사람이랑 한번 타봐야겠네?

어깨동무 하고서 무섭지 않게......^^*

 

 

 

 

 

2013년   2월   1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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