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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불현듯 마음이 맞아서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가늘게 오는 비는 산책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싱그러움을 더해주기도 하니까.

 

 

 

 촉촉히 젖은 귀여운 국화밭이 보여서 한 장 남기고...

 

 

 

 뚱딴지라는 돼지감자일까?

군락을 이루었는데 지나가는 나그네야 무엇이든 푸르름만 봐도 좋지!...^^

 

 

 

 습하고 어두운 숲길엔 오늘따라 버섯이 아주 많았다. 가까이 가보니 뿌리가 튼실한 것이...

잘생겼다며 감탄을 하고 돌아서는데 비닐에 무엇을 가득 담은 아저씨가 연신 땅을 살피며 옆길로 올라오셨다.

 "아저씨, 뭐 따시는 거예요?"

 "버섯입니다"

 

 

 

 어머나...

산책 나왔다가 버섯도 캐가게 생겼네...ㅎㅎ...

아까 지나온 버섯이 식용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여쭈려고 다시 달려가 밑둥을 흔들며 버섯을 캐보려니...

햐~~~손에 느껴지는 촉감이나 뽑힐 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낚시 하는 사람들은 손맛이라고 하던데......^^

 

 

 

 자그마한 포자가 떨어져 어떻게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지 녀석들은 힘이 세며 당차기만 했다.

아저씨 비닐 속에는 이렇게 작은 버섯이 언뜻 보이지 않았지만 ...

이 버섯들이 활짝 피어나면 '갓버섯'이 된다는 것을 짐작하여 피지 않은 버섯이 上品 아닐까?

먹는 버섯이란 말씀에 독은 전혀 생각을 못하고 흔들고 뽑는데 얼마나 재미가 나던지...

아마 봄날에 산나물 캐는 사람들 기쁨이 이럴 거라며 하염없이 눈을 땅으로 내리 뜨고 걸었다.

 

 빵을 싸갔던 작은 비닐은 몇 개 들어가지 않아 가득차서 안 되겠다 싶어...

가방을 정리하여 어깨에 메고 산 꾼처럼 두리번거리며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버섯만 찾으려하니 황홀 지경으로 여기도 저기도 너무나 많았다.

 

 

 

 이런 버섯은 독버섯이라며 나름 판단을 내렸다.

어째 털까지 슝슝 났을까? 무서워라!

 

 

 

 그래도 독버섯처럼 보이는 버섯들이 색은 아름다웠다.

혹시 달걀버섯일까?

 

 

 

 수확의 기쁨을 안고 돌아와 흙이 묻은 버섯부터 정리하자며 풀었는데...

씻지 않아야 며칠 갈까, 아니면 말끔하게 씻어야 할까, 혹시 식용이 아닌 지도...?

그리하여 오늘 따온 버섯과 모양이 같은 것을 검색하여 찾아보았지만 바라봐도 모르겠어서 믿어보자, 믿어보자.

 

 버섯 밑동의 껍질을 벗기고 뿌리를 자르고 흐르는 물에 씻으니 속살이 졸깃해 보이며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내친김에 후라이팬을 얹고 몇 개 구워 먹어보자며 행동으로 옮겼다.

지글지글....버섯은 국물이 몸에 좋다는데....중얼중얼....

양념간장을 앞에 놓고서 음~~~~냠냠~~~당연히 버섯 맛이었다...ㅎㅎ

그리고는 땀을 흘렸으니까 씻어야 함에도 30분 정도 지나면 독버섯일 경우 증상이 나타난다해서 기다려보았다.

 

 몸은 괜찮았다.

버섯에 행여 독이 있더라도 열을 가하면 엷어진다는 말에 나머지 버섯들을 삶아서 정리하고,

나름 말끔해졌지만 그래도 겁이 남아서 버섯공부도 할 겸 또 찾아보고 찾아봤으나...

자료만 갖고는 무엇 하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전문가가 동행했으면 모를까!

독이 없는 야생 버섯을 먹어서 몸에 이롭다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섯에게 고마웠다.

 

 

 

 

2014년   8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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