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생활

선생님의 재능기부...

평산 2014. 8. 25. 00:08

 글씨를 쓰러 다니며 선생님의 존함을 모르면 안 되겠기에 어느 날 여쭈었더니 명함을 주셨다.

집에 와서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혹시나? 하면서 컴퓨터로 검색해보니...

그림을 그리신다고 나와 있어서 뜻밖이란 생각을 했다.

'어쩐지, 글씨도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쓰시던데......'

 

 사시는 아파트 빈 공간에 몇 달을 걸려 당신 돈을 들여가며 동물농장을 만드셨다는데,

무섭다고 신고한 사람이 있다며 섭섭해 하셔서 가보진 않았지만 요즘 세상에 대단한 분이시구나...

연세가 일흔이시니 젊게 볼 수도 있지만 누구나 그날의 할일을 하면 쉬고 싶을 텐데 말이야,

남은 시간에 작업을 하시고 또 좋지 않은 소리도 들으셨다니......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이 꼭 좋으리란 법은 없지만 재능기부를 하신 셈인데 서운하셨겠네.

 

 

 

 선생님 작품도 감상할 겸 사시는 곳이 어딘가 여쭈어 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며 잠시 들렀다.

다행스럽게도 설치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며 나무나 꽃들이 꽉 차지 않은 비교적 텅 빈 공간이어서...

일단, 활용도가 높아 보이고 꼬마들이 보면 즐거워할 것 같았다.

 

 

 

 그림이라고 금방 표시가 났지만 행여 무서운 분들이 있을 것이다...ㅎㅎ...

 

 

 

 기린들은 이렇게 모둠으로 그리시고...

사자가 뒤에서 쫓아오는지 다들 한 방향으로 달리기하는 사실적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그림을 그리시는 분 맞네! 아무나 이렇게 못하지 않는가?'

 

 어른의 키보다 커다란 기린이니 물감이며 재료비도 많이 드셨을 것이고,

더욱이 비가와도 지워지지 않도록 특수 칠을 하셨다니까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셨을 것이다.

 

 

 

 또한 나무도 그냥 지나치질 못하시고 새가 앉아서 쉬게 하셨더란다.

 

 

 

 학일까?

텅 빈 공간으로는 이곳이 제일 넓었다.

퍼덕거리며 깃털을 고르기도 하고 날개를 펴고, 접고, 날아다니고...

집을 찾아가는지 족제비가 스리슬금 지나가는 섬세함에다 그 밖의 모든 동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동물원을 대신하고 있었다.

작품을 어떻게 고정시킬지 당신 혼자서 머리도 쓰셨을 것이고 설치하실 때조차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는데,

무슨 일이든 모든 사람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당신의 솜씨를 자랑하려 하셨다 해도 들인 정성에 시간에 돈에 고마워해야하지 않을까?

 

 

 

 

 2014년   8월    25일    평산.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간 고추 열렸네!  (0) 2014.09.12
물 건너 온 월병(月餠)을...  (0) 2014.08.29
역시 야생은 두려움이 따른다.  (0) 2014.08.16
동네에서 이런 기회가...  (0) 2014.08.11
몇 초 만에 오는 행복도 있다.  (0) 2014.07.20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