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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큰시누

평산 2015. 2. 21. 14:30

 





 떡국 끓여서 아침을 먹고 어머님 곁에 누웠는데
조금 자라고 하시고선 텔레비젼을 보시며 연신...
 "이 연속극 재밌다, 보니?"
 "둘째 며느리가 아주 못 됐어...." 
눈을 감었다 이따금 말대꾸는 해드려야 하고...
요번에는 좋아하시는 레슬링이 나왔는지...
 "얘, 존시나 나왔다."
 "아, 네...ㅎㅎㅎ..."


 추석 때만 해도 아침을 먹고는 집에 와서 청소를 하고 오후에 식구들이 오면 다시 갔었는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누군가 오면 어쩌나 어려워하셔서 눌러있으려니 방은 건조해서 코가 빽빽하여 수건을 하나 적혀 걸어 놓고 물 한 잔을 먹어도 정신이 나질 않아 햇볕 쬐고 온다며 밖으로 나섰다.


 부침개를 쭈그리고 해서 그런가 다리가 얼마나 뻐근하던지 한발 한발 옮기며 반 바퀴를 돌아 몸에 기름칠하고 내려와서 점심을 챙기는데 어머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없다며 좋아하신다.
 "온다 안온다 전화도 없네......"
 "이제 오긴 틀렸나보다."
말씀이 끝나자마자 큰시누님 식구들이 들어왔다.


 음식솜씨가 좋은 시누님은 며느리나 사위가 아직 없는 데도 명절이면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해갖고 오신다. 요번에 가져온 음식은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꽃게탕'을 한 냄비 끓이고 식혜 두 통에 빈대떡, 만두를 아예 쪄서 준비하시고, 혹시 떡국 끓여먹을 지도 모르니 고기국물에, 약밥, 잡채, 어머님이 갈비가 맛없다 하시자 이번에는 고기 두 팩. 어머님 화장품 세트...맛있어서 사왔다며 흑임자 한 상자, 곶감...










점심을 먹은 후였고 방금 식사를 하시고 오셨다 해서 간식만 드시고 상차림을 할 무엇도 없이 큰집으로 가셨으니 완전 무늬만 며느리였는데 어머님이 혹시나 올케에게 음식을 나누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되었던지 반씩 나누어서 똑 부러지게 담아 잠시라도 상할지 모른다며 차가운 베란다에 놔주시고 내가 잊어버릴까봐 문가에 메모까지 붙여주셨다.

 "집에 갈 때 음식 가져가기...ㅎㅎㅎ..."
                                                             
 몇 년 전만해도 딸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했었다. 어머님한테 평소에 전화도 없으시고 명절에만 볼 수 있어서 며느리는 며느리니까 딸하고 잘 지내세요~~말씀 드리기까지 했는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하다.
 중간에 종교문제로 소통이 참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우리부부야 잠자코 있었지만...
한동안 식구들이 다 믿어야한다며 설득도 하셨는데 종교문제 만큼은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마음이 일면 스스로 가겠다고 말씀드리는 편이다.
 
 어느 순간 평정이 되었는지 며칠에 한번 전화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늦여름이나 가을에는 콩밥을 좋아하시니까 콩 한 자루씩 사와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까주시고 어머님 필요하신 것 사다주셔서 며느리 짐을 덜어주시는 고마운 시누님!
 
 맛있는 것 얻어먹고 그냥 말 수는 없어 비운 그릇들 열심히 설거지했는데 빈 그릇만 해도 박스로 가득이었다. 어머님은 음식솜씨가 있으신 반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음식에 까다로우신 편이셔서 무엇을 내놓기가 어렵지만 시누님은 그런 면이 없어서 또한 포근하다.
해온 음식들 티 하나 내지 않으시고 맛있게 먹어주면 그만이니까!
 
 "며느리나 사위 보시면 이렇게 음식장만 하시고 이제 가짓수를 줄이시지요? 몸도 아끼셔야 내내 맛볼 수 있겠으니 까요." 
호강만한 막내올케의 한 마디였다...^^*
 
 






    2015년  2월  2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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