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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시댁에서 김장을 해주셨는데 올해는 여의치 않으셨는지 일한다고 바쁜 동생이 김장을 못했단다.

봄이면 새롭게 담가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름까지 갈수도 있는 김치이니......

나눠먹을 좋은 기회라며 김치 가지러 오라했더니만......

당장 먹을 것은 있다며 언제 올지 모르겠더니 이른 아침에 김치 갖으러 온다는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나오는 김에 들러 가려는 거겠지.'

 

 설거지를 끝내고 김치보따리를 싸야겠다며 수돗물 앞에 섰는데.....

평소에 언니가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했으면서 동생에게 좋은 언니 였나 되돌아보니 참 미안했다.

무엇하나 세세하게 가르쳐 준 기억이 없고......

시간적으로 조금 앞섰다고 길잡이가 되어주었나?

얻어먹은 기억은 많은데 나눠준 무엇도 희미해서 이번에야말로 언니 노릇 해봐야겠구나!

 

 김치보따리를 싸려는데 벌써 띵동~소리가 울린다.

손에는 주섬주섬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서는데 오늘만은 온전한 언니가 되어보고 싶었으니 봉지들이 반갑지 않았다. 

빈손으로 와서 무겁게 들고 가는 동생이길 바랬기 때문이다. 

 '암튼, 기회를 안 줘요~~~~~'

 

 

 

 

 

 갑자기 온 까닭은 석화를 나누려고 그랬나보다.

생물이라 짧은 기간에 먹어야 했으니 여기저기 한 바퀴 돌 생각이라며......

회를 잘 못 먹고, 일부러 석화를 산적도 없어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순간 별걱정이 다 지나갔다.

 "아버지 더 갖다 드리지? 회를 좋아하시니......"

 "많지 않아, 껍질이 요란하지...속을 꺼내보면...한 끼에 알맞을 걸? 익으면 입을 벌리니 먹기도 좋아"

 

 어느덧 바닷가 며느리 아니랄까봐 동생은 이런 저런 요리법을 알려주며......

나머지 봉지들을 내려놓고 배추김치와 알타리를 들고서 바쁘다며 茶 한잔 못하고 돌아갔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구워서먹는 거라는데 어디다 이 많은 것을 굽는다? 껍질이 두꺼워 보이니 오븐에 하기도 시간 걸리겠고,

냉장고에 며칠 두기도 어려운 것이라 숙제를 남겨놓고 간 듯 어렵게 느껴졌다.

더구나 날이 추우니 꼼짝하기 싫어서 비닐 째 넣었다가 저녁 무렵에서야 아까워 솔로 하나하나 씻었다.

양이 많으니 1시간 가까이 걸리지 않았을까? 장갑을 꼈어도 얼마나 시리던지......^^

 

 물크렁~하고 조개 주위에 지렁이 비슷한 것이 달려있어 떼어내다 깜짝 놀라고......

따개비는 정다웠지만, 지네같이 생긴 벌레모양에...살덩어리 비슷한 것이 붙어서 움찔거렸으니 씻는 내내 긴장을 했다.

 '바다에서 사니까 너보다 백배 깨끗하지, 갯지렁이면 어때~~, 바다의 우유라잖아~~~~"

혼자서 질문하고 살살 달래며 곰탕 끓이는 큰 냄비에 차곡차곡 쌓으니 하나가득이었다.

 '남기면 상할까봐 걱정이니 한꺼번에 삶아서 없애버리자!'

회로 먹으려 해도 껍질 까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빠짐없이 삶기로 했다.

다른 사람은 없어서도 못 먹는 굴을 맛있게 먹어야겠다가 아니라 먹어치워야겠다 였으니 언니가 참 철도 없지!

 

 오늘의 한밤중 간식은 굴로 한다며 퇴근시간에 맞춰 물을 자작하게 깔고 가스 불에 올렸다.

끓기 시작하며 점점 거품이 올라오기에 껍질을 살피는데 솥에 가득이라 입을 벌리고 싶어도 면적이 좁아서 아우성이었다.

 '이만 하면 익었겠지, 먹다가 예쁜 진주 하나 나오면 더 좋겠고~~~ㅎㅎ.'

완전히 익히지 않아도 되는 식품이지만 몸에 좋은 것이니 이왕에 나도 좀 먹으려고 시간을 끌었다.

맛이 궁금해서... 폴~폴~ 김은 날리는데...집게로 꺼내서 잡고는 뚜껑을 열었다.

어디~~~~맛 좀 볼까요?

짭조롬한 것이 초고추장이 없어도 될 듯했으며 도대체 왜 그리 맛있는 걸까?...ㅎㅎㅎ...

손 시려 추운 날 고생시킨다고 조개에게 궁시렁 거렸음이 금방 미안해졌다.

 

 접시에 모조리 담겨있는 음식보다 조개 하나 입에 넣고 까며 기다리는 재미 또한 느림이라 좋았다.

사이사이에 이야기 나누고...여러 가지 연장들 바꿔가며....달그락 달그락.....

커다란 비닐 펼치고는 솥단지째 식탁에 올려 한쪽은 먹으니 낮아지고 비닐은 순식간에 山이 되고.....

조갯살보다는 가까스로 껍질에 버티고 있는 부분이 더 졸깃했으니 스테이크 썰듯 열심히 손을 놀렸다.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밤중이라도 부담이 없었으며 한자리에서 정말 다 먹었네?

부드러운 국물이 촉촉하며 우아~~~~맛있었어라!!

 

 가만있을 수 없다며 늦었지만 문자를 보냈다.

 '동생아, 어떻게 먹을까 걱정이었는데 한 솥 삶아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겁나게 맛있었어! 고마워!....ㅎ'

 '정말이야? 더 주고 올 것을 그랬네? 김치가 아삭하니 맛 좋더라고...고마워, 언니~~~~~'

 덕분에 몸보신했으니 겨울이 더 추울 리는 없을 것이고 石花 맛이 좋아 검색까지 해보았지 뭔가!

언니 노릇 시원찮아도 나누려는 동생이 예쁘기만 한데 경기가 좋아져서 하던 일들이 잘 풀리길 바래본다.

 

 

 

 

 

  2012년   12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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