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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군자란 가족사진

평산 2015. 2. 27. 16:37

 

 分家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밖에서 식구들 모임이 있었을 것이다.

다들 보내고 어머님과 둘이서 남았는데 그동안 같이 끓여먹던 情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렇다 말은 없어도 그냥 헤어지기가 섭섭하여 선뜻 돌아서질 못하고 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 꽃시장이 있으니 구경이나 하자며 들어섰다.

 

 요즘처럼 쌀쌀한 이른 봄날이었지만 팔려나온 꽃들이 넘쳐나 바닥에까지 널부러지고...

햇볕을 쬐며 천천히 돌아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군자란 두 포기를 사시며 한 포기를 주셨다.

나란히 있던 꽃을 나눠 들어서 그런가 확실히 섭섭함이 덜해져 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삼삼하다.

 

 난, 어머님이 주신 군자란이라 특별히 정성을 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주신 꽃이니 최소한 죽이지 말고 오래오래 키우겠다며 햇볕이 적은 집이어서...

마당에 내놓기 시작하는 봄날이면 빛을 따라 화분을 옮겨주기도 하였다.

이따금 어머님 댁에 가면 군자란을 슬며시 건너다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나 컸나, 잎파리 수며 허리둘레를 살피고 배 다른 동생일까 같은 씨앗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왼쪽이 어머님께서 사주신 군자란으로 아마 15년은 넘는나이를 먹었을 것이다.

그동안 성인이 되기까지 맞선 한번 보여주질 않고 무심했는데...

어느 날 몰래 시집을 갔는지 잎들 사이로 용트림하는 무엇이 보여 지켜보니 혼자서 아기를 키우고 있지 뭔가?

 "그동안 나 몰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어서 말을 해...ㅎㅎ..."

뿌리가 서로 얽히며 얼굴을 내밀어서 엄마 닮은 딸을 살포시 나누어 작은 화분에 옮기고,

일부러 옆에다 놓아주기라도 하면 소곤소곤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그러다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되어 이제 추위와는 끝이라며 첫겨울을 맞이하였는데...

베란다에 얼음이 어는 날이 있어서 내 딴에는 추울까 비닐을 씌워주고 인정이 많은 주인임을 자처했지만

시간이 흘러 들춰보니 세상에나 가운데 두 잎만 남고 모조리 얼어 주저앉아있었다.

 "아이쿠, 그렇게 추웠어? 미안하구나!"

 오랫동안 몸살을 앓고 뿌리도 썩어 흔들리며 희망이 없어보였지만 다시 흙속에 묻어줬을 뿐!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하나, 엄마라 뿌리가 강할 줄 알았는데 갱년기 였을까?

애초에 아기군자란은 약할 것이라 찬바람 들면 안 된다며 따뜻한 곳에 둔 것이 다행이었다.

 

 以後로 두  해 동안을 조금씩 힘 내어 뿌리내리며 자리잡아가던 엄마 군자란이 기특하기만 했는데,

며칠 전 물을 주다가 처음으로 꽃봉오리 내미는 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 겨우 5살쯤 되었을 텐데 벌써 꽃이 필만큼 성장했는가 놀라고...

엄마는 아직 몸이 부실할테니 꽃봉오리가 있을 리 만무(萬無)하다며 무심코 잎 사이를 열었는데,

약하기는 했지만 역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어서 야호~~~~ㅎㅎㅎ

 "이게 웬일이야?"

얼른 햇볕에 돌려놓으며 가족사진 찍어주었다.

 

 

 

 

2015년   2월  2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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