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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동안 시간 날 때마다 千字文을 썼다.

방청소 깨끗하게 하고 상을 펴고 검은 천을 두르고 오직 종이와 붓만 올려놓았다.

마음이 정갈해야 글씨에 정성이 들어간다.


 상이 작으니 벼루과 종이는 방바닥에다 놓았는데...

앉은 주위로는 온통 글쓰기에 필요한 것들이 모여들었다.

먹물이 튈까봐 신문지를 깔고...

건조해서 빨리 마르니 이따금 물 한 방울씩 써야했으며

틀릴 때를 대비하여 가위와 칼 풀을 준비하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종이를 고정시키려 호치키스도 옆에 두고서 썼다.


 이제 744자를 끝냈는데...

미리 연습을 하고 쓰라하셨지만 연습은 연습인지라 정성이 들어가질 않아서 그냥 썼다.

하늘천(天) 땅지(地)가 중심잡기 어려워 첫 장에서 제일 벌벌 떨었으며...

두 장정도 쓰니 적응이 돼갔지만 다시 시작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뜸 들여야 했다.

종이 한 장에 스물네 자를 쓸 수 있어서 반으로 접어 책을 만드는 것으로...

하루에 5장 쓰기가 쉽지 않았다.






 쭈그리고 앉아서하니 일어나면 발이 절이기도 하여 중간에 산책을 다녀왔다.

편안하게 썼지만 긴장을 했는지 자고 일어나면 어딘가 모르게 몸이 찌뿌둥했다.

글씨나 꾸준하게 쓰려는 마음이어서 책을 만든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 있었지만... 

한 장씩 완성하여 올려놓을 때마다 가슴이 벅찼다.


 체본을 써주시는 시점에서 서예실을 나왔으니 그동안 쓰던 손놀림으로 비슷하게 써보려고 했다.

중심을 잃었거나 잘못 써진 글씨는 종이를 오려서 그 위에 덮고 다시 썼다.

떨어진 옷을 꿰맨 듯 밑 글씨가 보이기도 했지만 그 조차 사랑스러웠다.


 한글은 써본 적이 없으나 어떤 글씨인지 확인해보는 공부가 되었으며...

붓펜으로 쓴다는데 그냥 쓰던 붓으로 말끔하게 써보려고 했다.

한 2~3일만 시간을 내면 1000자 완성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정이 많으셨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2016년   3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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