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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아이, 재밌어!

평산 2016. 3. 19. 21:54

 엄마를 만나자마자 우유 한잔 씩 마시고 햇볕을 쬐러 가자며 방을 나왔다.

옥상을 한 바퀴 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인들이 비닐을 들고 왔다 갔다 해서 나물을 캐나?

누렇게만 보이는 땅에 무엇이 있을까?


 햇볕 쬐자고 했으면서 얼른 비닐을 챙겨 아래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나물 캐는 시늉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가까이 가 봐도 포클레인이 뒤집어놓은 땅이라 황량하기만 했는데...

 "뭐...캐셔요?"

 "냉이가 있긴 한데 너무 어리네요."


 주위를 둘러보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보여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냉이가 작아서 다른 곳으로 가보겠다며 여인들이 일어났다.

떠난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앗! 냉이다!'

그녀들은 작다고 떠났지만 냉이가 보이니 얼마나 반갑던지...ㅎㅎ...

밭의 가장자리에나 풀들이 조금 남았었는데 냉이가 냉이 아닌 척 숨어있었다.

뿌리가 발달하진 않았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몰라 조금 큰 것들을 캐기 시작했다.

 '아이 재밌어!...ㅎㅎ...'




 한줌을 뜯고는 다음에 오면 어디까지 진출해야 할지 알아두려고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냉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었지만 어릴 적 못 보던 풀들이 많아 의아하기도 했다.


 돌아오며 작은 밭을 지나니 아버지께서 그곳에 나물이 있는지 가보라고 하신다.

처음에는 어느 곳에서나 잘 보이지 않다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짝 엎드려있는 냉이가 보였다.

나물 캐기가 재밌어서 흙을 털 시간도 없었다...ㅎㅎ...

고개를 들지 않고 한참을 있었을까 동네아주머니가 다 캐갈까 불안했는지 바구니를 들고 나오셨다.


 엄마 한 줌 드리고 집에 와서 열 번은 씻었을 것이다.

두 개 정도는 몸체가 크고 뿌리가 굵어서 적어도 5년산을 될 것이라며 산삼을 발견한 듯 흐뭇했는데,

어려서 냉이냄새가 강하진 않았지만 몸보신으로 먹고 조만간 다시 가야겠다.

엄마 뵈러 가야하는데 나물 캐러 가는 격이라 웃음이 나온다...^^*






 2016년  3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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