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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달님은 그저...

평산 2016. 4. 21. 21:03

 초저녁에 커튼을 치려니 노란 달님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름으로 가는 중 이었나 지나쳤나 아랫부분이 동그라미에서 한줌 덜어진 모습이었는데...

커튼을 치려다 만났지만 달님이 無言의 전파를 보내서 이끌려 다가갔다고 여겨본다.


 아~~~

달님, 일찍 나오셨네요?

반가워서 마루에 커튼을 스르륵 치고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창가로 건너갔다.

망사창 너머로 보여 답답했으니 그마저 후다닥 열어버리고는...

어둑어둑해진 창틀에 기대어 달님과 마주하였다.

높이 서있는 앞 동(棟)에 가려지기 아슬아슬 10cm 前이어서...

조금 늦었으면 못 만날 뻔했다...^^



          


 달님과의 인연은 밖으로 산책을 다니며 깊어졌다.

특히나 대학운동장을 저녁 6시에 개방했으니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리다보면...

이제 막 떠오르는 주홍빛 달덩이에 혼자서도 심심치 않고 더불어 즐거웠다.

같이 달리기연습을 했을 정도다...ㅎㅎ...

추석이면 송편 빚는 것을 끝으로 달맞이를 꼭 나갔다.

쭈그리고 앉았던 다리도 펼 겸 많은 사람이 보는 달맞이에 응원 차 빠질 수 없었다.

너도나도 올려다보니 오늘 같은 날은 부끄럽지 않냐며 농담도 건넸다.

건물에도 소나무에도 달님을 올려보며 가장 아름다운 배경에서 손 모으고 이야길 나눴는데...

사방이 아파트로 막힌 지금은 달님이 오히려 날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달 보기가 쉽지 않은 위치인데도 달이 뜨면 용케 보게 되는 영광이 뒤따라서 내린 결론이다.

보일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던 세월에 때로는 언니가 되었다가 친구도 되었다가

아직까지 종교에 귀의하지 않은 나에게 가끔은 神이 되어주기도 하는 달님이다.

 

 '달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못 보고 지나칠 때도 있을 테지만 달님과의 인연은 깊은 듯하지요?

비가 와서 어제는 아쉬웠는데 궁금하여 달력을 보니 오늘이 보름이네요,

아시겠지만 저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

.........................................................................^^

.........................................................................................♡

...................................................'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전하면 달님 마음이 무거워질까봐...

있는 그대로 예쁘게 봐달라고 마무리하는 편인데...

요즘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이 있어 '정성을 들이는 만큼만 기억해주세요,' 했더니...

달님은 그저 말갛게 미소 지으며 바라만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 알 수 있지요!'...^^*






2014년  4월  2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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