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생활

그 아이랑 나...

평산 2016. 5. 3. 12:07

 

 여고 3학년 때 한 반이었던 그 아이를...

봄부터 알고 지냈으면 좋았을 것을...  

가을 무렵에나 관심을 갖게 되어 아쉬움에 헤어졌었다.

 

 

 

 

 

 우린 공동학군이어서 서울의 사발 팔방에서 모인 아이들이라

성격 탓도 있었겠지만..

집들이 멀어 누구네 집에 가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집에 오면 도시락반찬 등 살림에도 신경 써야 해서

학교 끝나기가 바쁘게 돌아왔으며..

그래서 그랬을까 놀랍게도

날마다 유명하다는 돌담길은 걸었지만

도서관의 위치를 2학년 때야 발견하고 기가 막혀 허탈했었다.

학생 맞아? 하면서...ㅎㅎ...

 


그러니까 관심이 갔었던 그 아이랑은 입시(入試)로 이어져

집에 놀러 가는 것은 물론 제대로 말도 나누질 못하고

시간에 밀려 시험을 봤으며 자연스럽게 학교에 들어간 사람이나

못 들어간 사람이나 어떤 말도 꺼내기가 조심스러워...

아마 졸업식 때 얼굴도 못 보고 헤어졌던 것 같다.

 

 

 중간에 어느 학교를 졸업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내 생각처럼 그 아이도 관심이 있었는지...

심증은 갔어도 연락할 길이 없고,

나 또한 이팔청춘을 맞이하여 얼마나 재밌던지...^^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당시에 어쩌다 여고친구들이 만나자는 소식이 오면 시시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

(에구~~ 그렇게 남학생들과 몰려다니는 것이 좋더란 말이냐?...^^)

 

 설령 그 아이가 만나자 했어도 시시하게   

느껴졌음은 마찬가지였을 텐데...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여고에서 열어주는 행사 하나를 계기로

아이들이 순식간에 거미줄처럼 이어져...

어느 날 그 아이도 합류하게 되었다.

 

 "너 3학년 때 기억나니?"

조용할 때 그녀가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그래, 우리가 친해지려다 헤어졌었지?"

그 아이가 확인하고 싶은 대목일 거란 생각이 스치며 저절로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로 금세 통했다.

 

 "기억하고 있구나!...ㅎㅎ..."

 "그럼, 그 때 상황이 그랬었지!"

 

 대화를 듣자마자 그동안 흐른 세월이 미안해하며 얼른 자리를 뜨고 우리는 이 대화 하나로 뜨거운 여름을 맞이한 엿가락이 늘어질 대로 늘어지다 '스르륵' 끊어질 무렵 가을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부드럽게 굳어졌음을 확인한 것처럼 기뻤다.

 

 이 때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면 쉽사리 부러질 수 있어서 엿을 다시 오므려 두툼하게 만들어야겠기에 당시에는 말도 못 하고 헤어졌지만 이제라도 우정을 키워가자며 속에 있는 말을 늘어놓기도 하는데 연애하는 사람들처럼 은근히 재미가 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망설여지는 요즘 내숭(內凶) 없고 지극히 여성스럽지 않으며

숲길 걷는 것 좋아하고 적당히 털털한 성격의

그녀와 여고 3학년에 멈춰 섰던 영상을 유난스럽지 않게 천천히 돌려보고 싶다.

 

 

 

  2016년   5월  3일  평산.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초찰흑미  (0) 2016.05.19
1조 달러...  (0) 2016.05.17
그러니까 이틀 동안   (0) 2016.04.24
달님은 그저...  (0) 2016.04.21
내나무  (0) 2016.04.15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