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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자작나무숲 1

평산 2016. 10. 30. 17:40

 자, 떠나보자!

자작나무숲으로...^^


 가고 싶어 여러 번 간다 간다하다 이루어지질 못하고...

문턱만 넘었다 입산시간에 걸려 아쉬움이 절절했던 곳에 두 해가 지난 뒤 떠나게 되었다.

특별하다 싶은 나무이기에 어떤 영상이 펼쳐질지 기대를 가득안고 출발하였다.




 올라가는 입구는 林道로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었을지 나뉜 모습이었다.

하얀 줄기로 유혹하는 자작나무가 이따금 위아래로 시원스럽고 길은 눈치 채지 못하게 서서히 높아져갔다.




 부글부글 끓는 양 동그랗게 구름이 일어 자작나무의 멋스러움을 더해주었는데...




 붉은 빛의 가을은 자작나무에 옷을 입힌 듯 분위기가 따스했다.




 정작 숲으로 통하는 길은 그야말로 멋이 없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새롭게 조성한다는 소리가 들렸는데 산줄기가 잘려나가고 이렇게 넓은 길을...

자그마치 3.2 km 올라야 본격적인 자작나무숲이 있다니 편안한 차림이어야 자유롭겠다.




 일행 중 색소폰을 등에 지고 오르는 분을 기다리며 쉰 곳으로 나무를 괴롭히지 말라고 써있었다.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뿌리를 캐가거나 낙서하는 사람이 있단다. 무슨 일일까.

산이름은 지금도 캄캄으로 고도가 점점 높아져 해발 700고지 능선에서야 자작나무가 자리한다니,

걷는 거리만 해도 왕복 7km에 가까워 길가에 있는 나무만 구경하고 내려가는 사람도 보였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려는지 곳곳에 나무들이 베어져있었다.

애초에 솔잎혹파리 피해로 1988년 소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시베리아산 자작나무를 심었다는데 아직도 피해가 있을까?

그러니까 이곳 자작나무는 소나무 대신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심었다가 2012년에 개방되어 서른 살이 못 된 나무들이었다.




 낭만이 없어 휑하던  3.2 km의 오름길이 끝나고 자작나무숲 1코스가 시작되었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검색하면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나오던데 바로 이곳을 말하는구나!




 잎이 떨어져 웬지 허허로운 분위기 탓에 늦게 왔을까 가슴이 뛰었다 덜컥하기도 했다.

일행 중 한분이 계속 늦어져 동기분은 기다리고 둘만 아래로 향했는데...




 1, 2, 3, 코스로 나뉘어 있었지만 하늘에서나 보일까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그 나무가 그 나무라서 조금만 들어가도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굳이 구분이 필요없을 것도 같았다.

다만 1코스 입구에서 다른 길로 내려갈 수 있음을 보여준 地圖가 도움 되었으며 숲길은 조붓하니 마음에 들었다.

사람도 쾌적하고 나무도 편안하게 되도록이면 손 대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면 어떨까 싶다.




 자작나무는 키가 있으니 한꺼번에 들어오질 않았다.

줄기만 보이다 위로 고개를 반짝 들어야 비로소 잎들이 반겼다. 햐~~~^^




 41만 그루를 심었단다.

습기가 있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니 원래 이곳이 습지인 것처럼 여기저기 축축한 지형도 눈에 띄었다.

부피생장보다는 높이 생장으로 좀처럼 뚱뚱해지는 나무는 아닌 듯하다.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서 용감하게 그림 그리는 여인을 만났다.

내가 보면 용감이지만 그녀는 그냥 자연스러움 일수도 있겠는데 색다른 풍경이어서 근사했다.


 


 1코스가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2코스로 접어들었는데 똑같은 풍경이고 이미 많이들 걸어서 그런지 한적했다.

은은하게 색소폰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일행이 도착했으며 숲으로 내려오질 않고 소리를 내는 모양이었다.

 '아리랑~~♬'으로 멀리서 들으니 가까이에서보다 숲과 어우러지는 소리로 들렸다.




 주변에 키 낮은 나무들이 있어 자작나무가 주인공으로 빛났다.

하얀색이 두드러지고, 키만 커서 느껴지는 서먹서먹하고 어중간함이 덜했기 때문이다.




 껍질은 얇게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서 예전에는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종이의 대용으로 쓰였고,

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기 때문에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가 상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발견될 수 있었다는데,




 껍질의 겉면이 기름기 있는 밀랍 가루로 덮혀있어 물에 젖어도 불에 잘 탄다니,

인제 산림청에서 건조한 봄철을 지나 5월 15일 이후에 개방하는 이유가 당연하다 싶었다.

물에 흠뻑 담갔다 꺼내도 성냥불에 잘 붙어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불쏘시개로 쓴다는데 불조심 해야겠네...^^




 잎이나 껍질, 뿌리, 수액, 자작나무에 피는 버섯 등 우리나라 민간에서 쑥이나 솔잎이 흔하게 쓰이 듯,

러시아에서는 만병통치약이나 한증탕의 재료로 쓰인다니 자작나무를 못살게 굴지 말라고 그랬구나!


 어느덧 음악은 구슬픈 '칠갑산'을 넘어 '시월의 멋진 어느 날'로 흐르고 있었다.

'눈을 뜨기 힘든~~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2016년 10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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