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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봄동 된장국

평산 2017. 2. 13. 22:03


 요즘 채소 중에서 제일 싼 것이 봄동이다.

얼거나 시든 것도 아니고 속이 노랗게 빛나며 등줄기가 하얗고 파릇파릇 한데...

차가운 겨울바람에 맞서 자랐지만 씨를 뿌리면 쉽게 돋아나는지 기분 좋은 가격이어서

보자마자 된장국 끓이려고 세 포기 사 왔다.


 김치찌개가 조금 남아 다 먹고 끓이려다...

이른 봄을 느껴보고 달짝지근한 건더기 넘길 생각에 마음이 들뜨고 급해져...

멸치 국물 우려낸 맑은 된장국에 부드러운 찌개 두부 동동 띄웠다.




 쉬는 날이라 나머지 부분 청소를 다하고 언제 일어날지를 몰라서...

단호박 두 조각을 데워 아침 햇살에 신문 읽으며 먹고 있으니 낭군이 일어났다.

안방을 청소하는 동안 씻으라며 이불을 정리하고 걸레질을 하는데...

늦잠에 배가 고팠는지 씻고 나오자마자 부엌으로 향하며 상차림을 하였다.


 김치를 내고 밥을 푸고 가끔 된장국을 먹긴 해도 지극히 한국 사람은 못 되는데...

뚜껑을 열어보고 봄동 된장국이 맛있게 느껴졌는지 그릇에 넘실넘실 가득 담아내었다.

이렇게 많이 담은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굳이 두 그릇 말고 한 그릇만 떠서 같이 먹자고도 하는데 말이다.


 몇 수저 남은 김치찌개도 마무리할 겸 가스불에 올려놓고...

마침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남았다는 강원도 삼척의 화전민 이야기에 귀 기울였는데...

봄동 된장국이 얼마나 맛있었으면 밥을 다 먹는 동안 가스불에 관심이 없었을까!

멀지도 않고 고개를 들면 보이는 곳에다 평소에 냄새를 잘 맡는데 말이다.


 茶 한잔하려고 자리를 옮겼을 때서야 타기 시작한 찌개를 발견했으니...

너무 맛있게 먹어서 김치찌개가 아무 소리 없이 냄새도 안 피우고 숨죽여줬을까?

다른 때보다 국그릇에 자주 향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그렇지...^^

겉절이에, 삶아 무쳐보고, 된장국은 처음이었는데 순하고 시래기국보다 맛 좋았으며,

봄동 된장국에 반하여 모처럼 세끼 모두 밥을 먹게 되었다.





2017년   2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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