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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며느리 속마음

평산 2017. 2. 5. 18:21




 명절 이틀 전에 어머님한테 갔었다.

시장을 보자 하시고 나물 반찬도 하려면 미리 다듬어 놓기라도 해야 마음이 편안해서였다.

설날 바로 전날은 차례가 있는 친정에서 도와달라 하시니 항상 그리해와서 그런 줄 아시는데...

어머님 댁에 도착하자 그동안 마음이 달라지셨는지 요번에는 모이지 말고 집집마다

따로따로 해 먹자 하셔서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가 의심스러웠다.

 '우리끼리 따로 지내면 편안하며 밥해 먹는 거 일도 아니고 휴가지 뭐?'


 그렇게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시장은 가지 않는다 하시고...

종전처럼 이것저것 배달을 시킬까 여쭈어봐도 그러지 말라 하시고,

너희들끼리 하라고 하셨다가 나에게 반찬 몇 가지 해오라 하셨다가...

(이제까지 양념 준비만 했었지 나물도 못 미더워 손수 볶으셨었다.)

아무도 오지 말라는 전화에 귀찮으니 너희도 오지 말라고 반복하셔서 어느 순간... 

듣기가 거북해지며 해마다 명절에는 오는 손님들 다 맞이하고 저녁까지 싹 치우고 왔는데,

당일에도 그런 말씀하시면 너그러운 부처님도 아니겠고 아침만 먹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시댁에는 차례가 없어서 한가한 편이며 손님이 와도 어머님은 가만히 앉아계신다.

누구라도 오면 가까이 사는 내가 맞이해야 하는 입장이라 아무 것도 없으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

마트에 나가 과일 몇 가지 사고 나물 몇 가지에 갈비찜 거리가 있다 하시니 감자와 당근도 다듬어놓고는...

아침에 밥만 올리기로 하시고 가야금 소리를 좋아하셔서 연습 2시간쯤 하다 저녁을 마치고 돌아왔다. 

다음 날은 약속대로 친정에 가서 청소해드리고 부침개 부치고 거리가 있으니 밤에 도착해서

치아가 안 좋으시니 도라지를 삶아 더덕처럼 칼로 일일이 눌러 나물 네 가지를 늦도록 만들었는데,

 

 아침을 먹은 후 세배하고 출근하는 아들에게 저녁 먹으러 오라 하셔서

각자 지내자더니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으셨구나! 찡한 마음에 다행이다 싶다가...

이왕이면 반찬 몇 가지라도 맛있게 해서 재미나게 지내자 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정을 떼시려고 그러시나 아니면 자식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그러실까?

친정엄마였으면 왜 그러시냐며 저녁 먹고 가라 했어도 화가 난 척 돌아섰을지 모르지만,

아무 소리 못하고 저녁까지 있다가 만들어간 나물 용기 내어 여러 접시 올려서 남김없이 먹었더니,


 "햐~~~다 비웠구나!"설거지하기 좋겠다며 아이처럼 외치셨다.

(내가 해온 나물까지 몽땅 먹어서 의외라 생각하셨을 듯...^^)

당신 생각에 눌러서 만들어간 도라지나물 맛도 안 보시고...

어머니가 만드신 콩나물을 더 먹는지 며느리가 만든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숙주나물을 더 먹는지

유심히 살피며 젓가락을 옮길 때마다 바라보셔서 일부러 콩나물에 손을 더 가져갔다.

고사리를 먹고 싶어도 어머니 시선이 따라다녀 사실 불편했다.

 

 "조미료가 없어서 고사리에는 육수를 좀 넣었습니다."

드시라고 이실직고하듯 말씀드렸으나 나물 접시 근처에는 안 가셔서 어쩌면 그러실까 섭섭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맛보다는 치아가 안 좋으셔서 그랬을 것이란 생각으로 나름 이름 지었다.

그렇게 결정짓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훨씬 좋을 것이라...

호호호~~~♬






 2017년   2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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