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에워싼사람들

국수 먹고 맴맴

평산 2017. 4. 17. 12:12

 어머니께서 점심 먹으러 나가자 하십니다.

만두 한번 사 먹고 마음에 들어 하시던 집으로 향하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큰길에서 들어온 곳이라 택시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딱딱한 돌에 앉아계시다 그냥 마을버스 타고 내려가자 하셔서 제일 근접하게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음식점까지는 50m나 될까요, 힘드시는지 가시다 두 번을 쉬셨습니다.

다리도 편찮으시지만 어지러워 정신이 없다 하십니다.

밖은 전혀 나가지 않으시고 넘어지실까 봐 앉았다 누우셨다만 하시니 균형감각이 떨어지시는 듯했어요.


  "어머니, 꽃들 좀 보세요!"

  "아니, 새싹은 아직 나오지 않은 줄 알았는데 벌써 개나리가 지고 잎이 나왔구나?"

  "모르셨어요? 홍게 먹고 온 지가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그때는 저녁이라 못 보셨다며 정말이지 밖의 경치에 깜짝 놀라셨습니다.

살고 계신 바로 옆으로 벚꽃이 찬란하건만 나오실 생각도 못하시고 사시거든요.


 

                


          

 식당으로 들어가시기 전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들어가 앉으셨는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이 어렵게 식사하시려 나오셨다고 안쓰럽게 보셨습니다.

얼굴이 창백하시며 그 사이에 얼마나 애쓰셨는지 주름살이 늘어나 보였어요.

차창으로는 환한 햇살이 들어오며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입술이 바싹바싹 타는구나, 물 좀 마시자!"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바람 쐬러 잘 나갔지, 김치 담는데도 나가자고 얼마나 성화였는지...ㅎㅎ..."

옛날을 회상하시며 드라이브 갈만한 곳이 없을까... 혼잣말처럼 하십니다.

 "드라이브요? 글쎄요~~~~"

거동이 불편하신데 말뿐이시겠지 하며 머릿속으로는 '북악스카이웨이'가 지나갔습니다.

 '다녀오시면 좋겠지만 차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국물 떠드시며 천천히 사골 칼국수 한 그릇을 다 비우시고는 집으로 향하려는데...

화장실에 가시고 싶다 하셨지만 2층에 있다니 절차가 어려워 얼른 집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좀 편안했어요.

집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문득 '북악 스카이웨이'가는데 얼마 정도가 드는지 여쭈었습니다.

걸리는 시간도 차비도 예상보다 적자 어머니께서는 기다려주신다면 집에 가서 화장실을 들러 가시자 하셨습니다.

 "기사님, 기다려주시겠어요? 못 믿어 우시면 여기까지 온 금액 먼저 지불하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ㅎㅎ"

그 분도 어머님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아무래도 연세 있는 기사님들이 이해력이 높으셨어요.

식사를 하셔서 힘이 나셨는지 서둘러 밖으로 나와 뜻밖의 드라이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시를 지나고 북악산으로 오르는데 꽃들이 양쪽에서 환하게 빛났어요.

  "어머니 덕분에 드라이브 해보네요...ㅎㅎ...."

그러자 기사님이 "저도 오랜만에 드라이브해봅니다, 돈도 벌면서 말이지요. 도시에서나 맴돌지 이런 곳까지 오진 않거든요."

 "햐~~~이쪽을 보세요, 멋지지요? 꽃들이 반겨주는 듯합니다."

 "그래, 보고 있다, 좋구나!..ㅎㅎ..."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갑니다. 오후 3시경이었어요.

도로 옆으로 정상까지 산책길이 나있어 그동안 걸어서 몇 번을 올라봤는데요,

점심을 먹고 생각지도 않은 드라이브로 이어져 어머님이 기뻐하셨습니다.

비가 온 후라 바위 사이사이에서는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과 초록의 작은 잎들이 한창이었습니다.

싱그런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고 신호등이 없으니 부드럽게 돌아돌아...

점점 높이 올라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며 남산 타워도 구경하고 팔각정에 올랐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내려서 걷기도 하셨으면 좋겠지만 곧바로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기사님이 나이 차이가 난다는 누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꽃구경에 쪼금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정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어머님처럼 다리가 불편하여 밖을 못 나가시는데 더 늦기 전에 누님께 다녀와야겠다 하십니다.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고 드라이브 덕분에 당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올 때는 지름길로 와서 생각보다 빨리 집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할머니, 내년에도 만나 뵈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냥 하신 말씀이겠지만 마음이 찡하며 한 팀을 이루었다 헤어진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몇인데요....."

어머님께서 말끝을 흐리시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어째서 새싹을 여태 못 보셨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베란다로 향했어요.

커튼을 걷히니 겨울 동안 창에 바른 뾱뾱이가 아직도 붙어있었습니다.

밖의 경치도 보시고 햇빛도 들어오게 떼어드리겠다 하니 아직은 춥다며 그냥 두라 하십니다.

비닐을 걷어내고 싱그런 경치를 내다보시는 것이 기분전환에도 좋으실 텐데...

며칠 있다 하시겠다며 한 바퀴 후련하게 돌고 오셨다 하십니다.


 조개젓 무침을 드시고 싶다 하셔서 오이맛고추와 젓갈을 안겨드리고 싱싱한 열무가 싸기에 나물 해드시라 했더니,

마침 백태를 불리고 있으시다며 콩을 갈아 열무 삶아서 버무려 넣고 비지찌개 해 드시겠다 하십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해주신 콩비지찌개가 먹고 싶다 했더니만 기억하셨나 봅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만드시는데 고소하고 맛이 좋거든요.



 



2017년   4월   16일   평산.

'에워싼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뚜껑이 안 열려...  (0) 2018.04.29
할아버지한테 '이게'라니...  (0) 2018.01.15
어머님 덕분에...  (0) 2017.04.07
매화꽃이 폈다니...  (0) 2017.03.19
졸업식에 다녀와...  (0) 2017.02.27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