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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뚜껑이 안 열려...

평산 2018. 4. 29. 16:09

 

 

 * 행주를 뜨겁게 적혀서 위에 올리거나...

 *따뜻한 물을 그릇 위로 틀었다가 열면 됩니다.

 

 

 점심 드시고 퇴원하신다니 아침 일 마치고 어머님 댁 청소를 해드려야 하는데...

일찍 우리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며 잠깐 만나자는 사람이 있었다.

 "세수도 안 했는데요?...ㅎㅎ"

 "무리가 되는 약속일까요?"

 "그럼요......""

 "30분 후에 도착할 것 같은데 충분하지 않겠어요?'

 

 부담되었지만 세수를 하고 밥은 못 먹은 채 튀어나갔다 돌아오는 길...

얼갈이가 1000원이라 된장국을 끓일까 한단을 사고 호박 두 개를 사들고 왔다.

밥을 먹고는 여러 날 입원에 반찬이 없으실 터라 일찍 마트에 들렀다 온 것이 잘 됐다며

얼갈이를 삶아 멸치육수에 된장국을 끓이자마자 스테인리스 작은 김치통에 담아

청소하러 집을 나섰는데 어머님 댁에 도착해 냄비에 부우려니 뚜껑이 열리지 않았다.

 

 '뜨거운 것을 부어서 압력이 세졌을까?'

청소하는 동안 식으라고 찬물에 담가놓은 후 열었는데도 끔쩍하지 않아...

다시 여러 번 물을 바꾸어주며 식혔는데 된장국을 넣은 그릇은 열리지 않았다.

 '냉동실에 살짝 넣어보자!'

 '공기가 오므라들어 열릴 거야.'

 

 베란다 정리하며 꽃이 핀 군자란의 얼굴을 방 쪽으로 돌려놓고, 드실 물 준비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재활용에 들락거리다 냉동실에 15분쯤 넣었는데 꼼짝하지 않아서

뾰족한 것으로 공기가 살짝 나오게 하려고 연장을 써봐도 안 열리던 중에...

2시간 가까이 있어야 도착한다는 전화가 왔다.

 '내가 용을 써도 열리지 않는데 힘 없는 어머님이 어떻게 여실까!'

 '기가 막혀서 원, 나쁜 넘 같으니라고!...ㅎㅎ'

 

 햇볕 쬐라는 뜻으로 알고 집에 도로 들고 와 열어봐도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

너무한다 핀잔을 주며 밀어놓고 이왕(已往) 도시락 반찬도 해야 하니까 호박볶음을 해서

오늘 운동은 이것으로 만족하자, 그동안 식은 국을 따로 싸고 호박나물을 덜어

다시 어머님 댁으로 갔더니 남편은 과일 사러 나가고 어머님이 계셨다.

 "어머니, 병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호텔입니다...ㅎㅎ"

 "그러게 말이다, 집이 제일 좋구나!"

 

 뚜껑이 열리지 않은 사연을 이야기해 드리고 과일을 깎아먹고는...

호박나물과 저녁 드시라며 마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와서 다시 시도해 봤으나 여전히 열리지 않아

기어코 연장으로 어렵게 열었는데 된장국은 말갛게 아무 일 없었던 듯 시치미를 뚝 떼었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의미였나.'

 '물컹한 호박나물도 해 가라는 뜻이었을까.'

 된장국 때문에 밀폐된 공기의 힘이 크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행주를 뜨겁게 해서 그릇 위에 올리거나...

따뜻한 물을 위에 부어주면 열리더라고요.^^

 

 

 

 

  2018년  4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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