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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6시가 못되어 일어나니 안개가 잔뜩 끼어 고택이 더욱 신비스러웠다.

어제저녁에 잠시 탈춤 연습했던 이상루(履霜樓)가 잤던 방의 건너편이라  방에서 나가며 시선을 두었다.

총 7칸으로 병산서원에 있는 만대루와 같았으나 길이는 조금 짧은 듯했는데...




 밤에는 세수를 가장 늦게 했으니 밀릴 것을 대비해서 일찍 일어났으며 홀로 집 구경을 나섰다.

이상루 오른편 건물은 안동 김씨 문중 회의를 할 때 총지휘하는 곳으로 쓰는 방이라 한다.




 이상루와 마주하는 곳에 우리가 잤던 방들이 이어지고 고택에서 마련해준 슬리퍼가 계단 밑에 오밀조밀 모여있다.

1750년에 건축했다는 이곳은 세월의 흔적을 멋스럽게 간직한 돌담과 난간의 목조 조각이 운치를 더해주었는데

숙박동 태장재사(台庄齋舍)라 하였다.


 태장재사라 함은 안동 김씨의 시조이며, 이 집의 주인공인, 당시의 지방호족세력 김선평이 왕건을 도와 후백제의 견훤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고려의 개국공신이 됨으로써 왕건에게서 하사받은 태사라는 벼슬이다.




 마당으로 내려섰더니 이상루에 북이 매달려 있어서 반가웠다.

병선서원의 만대루에 있었던 북과 비슷한 위치여서 본보기로 삼고 지은 것은 아닐까 궁금해졌다.



 
  ‘서리를 밟고 서있는 위풍당당한 루(樓)’라는 뜻의 履霜樓는 다락집 형태의 2층 목조 누각인데,

아래층 중앙에 밖으로 통하는 큼지막한 문이 있어서 이 또한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비슷하여 낯설지 않았다.




 ㅁ자 형태의 앞마당을 지나 씻었던 곳으로 향해 보면...


 


 부엌인가, 솥이 걸려있는 아궁이가 나오고 쪽문이 없어진 것처럼 밖이 내다보여서 얼굴을 내미니...




 오이꽃과 닭의장풀이 한가득 피어나 이른 아침을 밝혀주었다.

꽃들 아래는 경사가 급해서 내려갈 수 없는 곳이고 車들이 서있는 커다란 마당이 있는 방향이다.




 조금 더 앞으로 향하면 현재 이 집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살고 계신지...

고무신이 정갈하게 쪼르록~~~ 마루 밑에 요강도 쪼르록~~~ 놓여있었다...ㅎㅎ

우리들에게는 가벼운 스테인리스 요강으로 3개 주셨으니 요강이 이 집에 얼마나 많은 것인가?

요강 밑으로는 수도꼭지가 여러 개 보이는데 지하수를 끌어 사용하신다며 물 맛이 좋다고 소문났단다.

'毋自欺'(말무, 스스로자, 속일기)란 서경에 나오는 말로 퇴계 이황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글귀 중 하나라는데,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중요하고말고...^^



 

 요강방 옆쪽으로는 이런 집이 이어지며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쓰고 있었는데...

이 방 옆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어서 가까우니 여성들이 사용하였다.

허나 누가 씻기라도 하면 급한 경우라도....




 

 이 집의 뒷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의 문지방을 넘어...



 

 이어진 이 건물로 가야 했다.

맨 끝에 남녀 화장실이 있었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한 곳 더 있었다.

여기까지 오려면 자그마치 50m는 될 듯...ㅎㅎ...




 무리 지어 피어있던 천일화...




 뒷문을 나가며 왼쪽으로 장독대가 있었는데 짙은 안개에 몽환적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시티 버스가 얼핏 보인다.




 장독대 위에서 커다란 마당 쪽을 바라보니 이상루가 하늘에 떠있으며 날아가는 자태였다.




장독대에서 뒷문을 올려다 본 모습으로 봉선화가 피었네?




 더 내려오면 노송(老松) 밑으로 쑥부쟁이가 가득 피어 여기저기 가을이 널려있었다.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맨 끝 화장실이 있던 건물이 보이고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러니까 뒷문!




 옥잠화로 이어져 꿈인지 생시인지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인지...^^




 모퉁이에서 커다란 느티나무로 이어지고 ...




 옥잠화 건너편에는 맥문동 보랏빛 꽃이 조화를 이루었다.




 들어오는 입구에 다다르자 작은 개울도 흐르는 듯했으며...




커다란 대문이 있을 지점에는 높은 담과 굵직한 나무가 지키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와 찻길까지 나왔더니 이상루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찻길에서 20m 들어가면 집이 시작되는데 넓어서 그런가 고요하기만 했다.




 그러니까 이 집은 조선 중기에서 후기에 세력을 떨쳤던 안동 김씨의 최고참 집인 셈이다. 후덜덜~~~ ㅎㅎ

집 전체를 넣으려 했건만 왼쪽으로 장독대가 보이는 곳은 넣지 못했다.




 위로 올라와서 이상루 앞에 바로 서보았다.

기단을 높게 쌓아 늠름했으며 1층에 기둥만 남기지 않고 바람을 막아준 모습이라 따뜻해 보였다.




 계단을 올라 이 집의 정문을 대한 셈인데 서리를 밟고 위풍당당하게 서있음이 실감 났다 할까?




 집으로 들어가기 전 둘레길이 있다 해서 짧게 나마 돌아볼 예정으로 이상루 오른 편으로 올랐더니,

둘레길이 아니어서...




 일행을 만나 둘레길로 시작되는 지점으로 올라가 봤는데...




 길이 여러 개 있었지만 그중 집 주위로 돌자 신안동 김씨 시조인 김선평의 무덤이 고즈넉하게 보였다.




 여전히 안개는 걷히지 않아 촉촉한 아침이었으며 무덤가의 소나무도 멋스러웠다.



 고택을 둘러보며 아름다워서, 종부는 어려우니 외할머니께서 이런 곳에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ㅎㅎ

방학 때마다 내려와 바쁘실 때 도와드리고 한가할 때는 樓에 올라 책도 읽고 글씨도 써보고....^^

아 참, 실제로 이곳에서 가끔 음악회도 하고 아이들 체험학습도 한단다.



 

 집안으로 들어오니 樓 밑에 앉아서 차 마시는 곳도 있었네?

요번 여행 중 가장 자세하게 써보고 싶었던 부분이 고택 체험이었다.

이런 곳에서 살며 철따라 새로운 여행객을 맞이하고 느낀 점을 책으로 엮어도 좋겠다 싶다.




 이상루 1층으로 들어와 다시 계단을 밟아야 우리가 묶었던 곳으로 오르게 되는데...

성곽이나 궁궐 담에서 보던 돌들 일세!...ㅎㅎ...

그러니까 1750년에 지었다면 조선 영조때구나!




 방에 들어와 이불 개고 가방 싸고 선크림 바르려고 했더니 이불은 처자가 단정히 해놓았다.

모두 처음 만난 사이로 나와 시집 안 간 처자 둘이서 잤던 것이다.

밥 먹으러 내려가다 한 컷 했는데 본채의 ㅁ모양이 모조리 나와서 와우 만족 만족~~~ ㅎㅎ

이상루로 곧장 갈 수 있게 연결 된 것은 아니고 신발 신고 내려와 다시 벗어야한다.




 아침을 먹으려고 이상루에 올랐다.




 우리가 묶었던 태장재사 숙방동에는 방 번호가 달려있는데...




 고무다라이 바로 위가 나와 시집 안간 처자 둘이서 묶었던 방으로 방 앞쪽으로는 대청마루가 있어서...

밤에 많은 대화가 오고간 곳이며 오른쪽에 있는 방은 행사가 있을때 가장 큰어른을 모신다고 한다.



 

 반찬을 접시에 덜어 뷔페식으로 먹는데 줄이 길어서 밖을 내다보니...

그냥 걸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연못에 연꽃이 가득하였다.




바깥쪽 문은 모조리 달려있었고 시조 묘지로 향하는 길이 보이며...




 집 안쪽으로는 모두 열려있었는데 겨울에는 추우니 각각 방에서 식사를 하냐고 여쭈니,

전기가 들어오는 장판을 깔고 비닐로 찬바람을 막아 이곳에서 한단다.

한정식이라 해야 하나? 나물반찬과 무국으로 편안한 식사시간 이었다.




 밥을 먹다 눈이 저절로 돌아가 발견한 목침이 수두룩 쌓여있어서 웃음이 나왔다...ㅎㅎ...




 마을 분들이 반찬이며 청소며 설거지를 도와주신단다.

가장 고참 며느리는 아니시지만 고택숙박도 운영하실 형편에 있으신 분이 맡으시는 듯했다.




 프로그램 중에 한복체험도 있어서 여러 사람이 왕과 중전, 빈, 포졸 등...

한복을 갈아입으셨는데 머리손질에서 장식과 신발까지 갖추어 정식으로 입혀주었다.




 임금의 女人 빈(嬪)의 복장이다...ㅎㅎ....

마침 특별한 행사가 있을때 찍어주는 일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자세를 훌륭하게 잡아주셨다.

왕이나 중전 복장을 입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라면... 체험해보라면...

지위에 따른 복장이 아니라 길게 땋은머리를 붙여서 시집가기 전에 처자가 입던 한복이 어떨까 싶었다.

결혼하고서 입는 한복하고는 색이 다를 것이고 크면서는 못 입어봐서 그런데...

그런 한복을 입고 고택을 한 바퀴 도는 것은 어떨까?

멋진 체험이었다.




  2017년   9월  1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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