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생활

이유나 들어보시잖고...

평산 2017. 10. 22. 16:56


 어머니께서 열흘 넘게 병원에 계셨다.

겨울철에 접어들 즈음 생신이 있으시기에 그때까지는 뵙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는데 입원을 하셨으니 안 가볼 수가 없어서...

이 틀은 입원실 입구까지만 갔다가 다른 식구들 들어가라고 하며 돌아왔었다.





 요번 일로 며느리와 딸 사이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당신의 몸이 고달프시지만 친정엄마 도와드리고 왔다고 화를 무척 내셨기 때문이다.

왕복 여섯 시간의 車를 타고 쉬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떠신가 전화를 드리니...

몸이 아파 반찬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시겠다 해서 그 밤에 들렀었다.

다행스럽게 몸이 따라주어서 그렇지 나도 피곤했으면 어쩔뻔했나!


 초인종을 눌러도 소식이 없어 뒤뜰로 빙 돌아 방안을 들여다보니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창문을 두드려도 전혀 움직임이 없으셔서 텔레비전 소리에 못 들으시나 했는데...

전화를 걸면 알아들으시겠다는 생각에 통화가 이루어졌고 한참 시간이 걸리더니

문이 열리자마자 이 밤중에 뭐 하러 왔냐며 그러니까 화가 나셔서 일부러 문을 열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혼자 이러 저러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며느리가 들어서는 순간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놀러 갔다 온 것도 아니고 미리 말씀드렸으며 이제라도 반찬 몇 가지 하면 되는 것이지!

부엌에 서서 시금치 무치려고 양념을 찾는데 며느리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으시고... 

계속 당신의 이야기에 돌아가라며 화를 내시기에 정말 갈까요? 했더니 그러란다.


 그만큼 정성이었으면 됐다고 집으로 향하며 어이가 없었다 할까!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 일 년에 세 번 정도 엄마의 호출이 있으신데 딸이 도와드려야 옳지!

앞으로도 똑같은 비중의 일이라면 며느리보다 딸이 먼저란 생각을 하며...

어머님도 딸이 있으시니까 평소에 잘 지내세요~~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정을 떼려고 그러신데도 참 이해가 안 되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정말 생신 전까지는 뵙지 않으려 했지만...

병원에 당번이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셋째 날에 누워계신 어머님을 뵈었는데,

그동안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 못하시는 얼굴이라 귀신에 홀린 듯 허탈함이 있었다.

돌아눕지 않으셔서 다행이었으나 어찌 그리 당신만 알고 아이 같으실까!


 며느리는 여전히 꽁~ 하는 마음이 남아 평소에 하던 말을 보물인 듯 아끼다 아끼다...

어색함이 싫어 사과를 깎아드리며 친정에 다녀온 사연을 말씀드리는데 아삭아삭 잘도 드신다.

사실, 시누님과 며칠간 나눈 이야기가 위로가 되어 조금씩 기분은 풀어지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평소와는 달리 최근에 화를 내신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으로 봐서...

연세도 있으시지만 버럭 화를 내신 부분이 아무래도 병세에 영향을 미쳤나 보았다!



 퇴원하시고는 며느리가 무엇이 예쁘다고 아들 편에 용돈 오만 원을 주셨을까!

 '어휴~~~ 정신도 오락가락 하시지!...ㅎㅎ'

다른 때 같으면 아껴 쓰며 망설였을 테지만 머리 자르러 갔다가 꿀이 눈앞에 보여 냉큼 사 왔다.

어머님과의 그런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듯 아깝다는 생각 없이 잔돈 거스르지 않아 개운하였다.

목이 컬컬할 때 따뜻한 꿀차 마시며 스스로를 위해 부드러운 여인이 되려 하고 몸보신도 해야지!

이래저래 나도 할 일이 많고 나이 먹어가는데 맨날 반찬 타령에 만만한 며느리냐고~~~ ♬

5만 원으로 시방 미안함을 표현하신 거여, 뭐여...^^*





 2017년  10월   22일   평산.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7.11.25
뭐, 별거 아니구먼!  (0) 2017.11.06
매일 안부가 궁금했던 일!  (0) 2017.10.18
클라라주미강의 만남!  (0) 2017.10.11
비 갠 후 북한산에 둘러싸인 나!  (0) 2017.10.07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