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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한가위라 친정에 가고 있는데 동물병원에서 급한 수술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김포로 이사 가 신 후에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밖에 못 가고 있는데 그나마 이렇게 되었으니,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낭군은 바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올 때도 그랬지만 갈 때도 강화도로 들어가는 차들이 많아 3시간쯤 걸렸단다.


 여덟 살쯤 되었다는 개는 배가 불룩했고 몸무게에 해당하는 마취를 했어도

제대로 듣질 않아 애를 먹었다는데 메스를 대자마자 고름이 튀어 수술복을 적혔으며...

열어보니 대장도 까맣게 변했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한다.

주인이 어떻게 검색을 해서 왔는지 거리가 먼 병원까지 오게 된 경우여서

배를 열자마자 좋지 않으니 주인을 호출하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동영상을 찍어두었다 한다.

주인이 일찍 도착하면 모르지만 한강을 건너야 해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마취는 깨어날 것이라 얼마나 아프겠을까?


 사람하고는 달리 이럴 경우 증거가 없이 배를 닫으면 아무런 일도 없었는 줄 아우성들을 쳐서...

구슬땀을 흘리며 수술을 끝냈어도 생떼에 비용을 내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단다.

문제의 자궁은 들어냈으나 장은 소독만을 하고 어렵게 수술을 끝냈다는데,

그들이 도착하자 동영상을 보여주며 개가 그리 오래는 못 살 것 같다는 설명과...

통증이 심할 수 있으니 어쩌면 안락사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했더니만,


 아침에 맡겼는데 수술은 왜 그리 늦게 했느냐?

장사꾼들 하고는 틀리지 않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엄마와 아들과 딸이 왔는데 엄마와 딸은 그 자리서 아이고~~~ 커다란 곡 소리를 내서...

무슨 일인가 건물의 다른 사람들도 내려올 정도였다는데...

마침 다행스러웠던 점은 같이 온 아들이 한의대생이라 설명을 잘 알아듣더란다,

 휴~~~


 개는 방금 수술을 해서 아플 텐데도 주인을 보자 꼬리를 흔들어 다들 감동시키고,

그들은 입원하길 원했으나 연휴인데 개 한 마리 때문에 밤을 새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식구들이 돌봐주는 것이 제일 낫다며 링거를 달려서 집에 보냈단다.

다음날 병원에 도착해보니 그들 세 식구가 벌써 소독을 하려고 도착해서는,

 "선생님, 어제는 죄송했어요, 감사드립니다."


 배꼽인사를 했다는데 아직은 밥을 먹는 상태가 아니어서...

사람처럼 가스가 나오거나 변을 볼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단다.

그 다음날 소독하러 왔을 때는 눈이 다소 초롱초롱 해져서 식구들이 아주 병원의

팬이 되었다 하고 며칠 후에는 밥을 먹고 거시기도 예쁘게 싸서 야호~~~ ㅎㅎㅎ


  이런 경우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데...

겉이 까맣게 썩었던 창자가 속은 제대로 이어졌었던가?

반가워서 날마다 퇴근길에 어떻게 됐냐며 물어보고...

수술이 있어서 간 줄 아시는 친정부모님도 그 개가 어떻게 됐느냐 살았으면 좋겠다.^^





 하루는 맛있는 떡 보따리를 들고 왔기에 누가 선물해줬냐고 물으니,

그 개가 일주일이 되어 마지막 점검을 하러 왔는데 고맙다며 전해줬다나?

 "그럼, 개는 건강해졌어?"

 "희한하게 살아나는 개가 있어, 펄쩍펄쩍 뛰더라고~~~ ㅎㅎㅎ"





 2017년  10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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