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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雲住寺)에 6시가 넘어 도착했을 텐데...

車에서 내리기 전 입장료 받는 곳이 닫혀있어 불안했었다.

다시 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이야기라도 건네본다 했더니 무료로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다.

강한 햇볕이 없어서 이 시간에 온 것이 잘한 일이라 생각되었지만,

날이 금세 어두워져 아쉬움이 남았다.




 천 불 천탑(佛千塔)이라니...

이럴 땐 불교신자가 옆에 있어 귀가 즐거워진다.

어느 절을 가나 비교가 안되고 부처님을 봐도 구별할 수 없는데 운주사가 특이하긴 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석불과 석탑이 줄지어 보였기 때문이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었는데..

비와 바람에 둥굴둥굴해졌겠지만 근엄한 표정 없이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이었다.

어떤 석불은 작기도 해서 누가 안고 가면 어쩌지? 걱정도 되었다.

당시에는 천개의 불상과 탑이 있었을까 지금은 석불 100여구와 석탑 21기가 남았다는데,




 탑들도 높이와 모양을 달리하며 자유스럽게 흘러갔다.

구불구불한 길과 곧게 뻗은 길이 석양빛에 반사되어 환하게 보이는 것도 의미 있게 여겨졌다.

 '길 따라 안으로 들어와 보세요!'

 '편안한 기운(氣運)을 얻고 가세요!'




 길 양쪽으로 석불과 석탑을 두리번거리다 보물 제797호의 '석조불감'을 만났는데

부처님이 돌집 안에 들어가 있는 형상으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실 것 같았다.

지붕을 좀 높일 것을... 참선하시는 중이신가?

감실 안에 불상 2구가 등을 맞대고 남북으로 통하게 되어있음을 일기를 쓰면서 알았다.

뒤로 돌아가 볼 것을 앞으로만 향하다 반 쪽이나 구경했을까 싶다.




 처음 본 모양이 많았다. 고려시대의 '원형다층석탑'으로 이 또한 보물이었다.

원형의 탑신(塔身)과 옥개석(屋蓋石)이 각각 하나의 돌로 되어 있다니 그럼 두 개의 돌로 만들어졌겠구나!

탑신이란 탑의 몸체를 말하며 옥개석은 지붕돌임을 공부하였네!...ㅎㅎ



 문고리가 걸려있던 대웅전은 옆문으로 들어가 캄캄해서 부처님께 인사만 드렸다.

 '광주에 사는 동기 만나러 왔다가 화순까지 와서 부처님을 대합니다, 뜬금없이 와서

어안이 벙벙하긴 하나 이 순간 이곳에 서있음이 행복합니다.'

 



 화순에 올 줄 알았으면 무엇이 있는지 한번 쯤 찾아봤을 텐데...

운주사에 유명한 와불(臥佛)이 있다는 것도 대웅전을 나와서야 알았지 뭔가!

스님들 수행터가 나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때 와불은 어딨냐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와불?"


 그래서 자세히는 못했으나 대부분 구경했는 줄 알고 다행이었다가 마음이 급해졌다.

 "스님, 와불은 어디에 있나요?"

그러나 스님은 못 들었는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신도인 듯한 분을 만났는데..

산으로 10여분 올라가면 되지만 가파러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곳까지 왔으니 가보자와 기다리고 있겠다 두 팀으로 나누어져 탐방로 앞에 섰는데

왼쪽으로 내려와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둑해진 계단을 올랐다.




 10분보다는 더 걸린듯하다.

이제 나오겠지 하면 또 올라가는 계단이 하늘로 뻗어있었다.

 "와불이 어디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다...

 "이곳인가 봐?"


 희미하게 누워계신 부처님이 보였는데 청동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널찍한 돌을 파서...

똑바로 누워계신 모습으로 두 분인 듯, 한 분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지만 희미해서 더욱 신비로웠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으나 줄이 가로막고 부처님이 보고 계시니 감히 들어가질 못했다.


 아래쪽에서도 잘 안 보이고 위쪽으로 올라가니 더 안 보이고...

왼편 조금 높은 곳에 내려다보는 장소를 발견했으나 플래시가 터져도 부처님은 잠잠하셨다.

반짝이는 불빛에 놀라실까 조심스러워 그만하자며...




 산 위로 올라갔더니 한 뼘 남은 노을이 늦게라도 올라오느라 애썼다며 빙그레 웃는다.

부처님은 희미했지만 주위에 불빛이 없어 오랜만에 제법 많은 별들을 보았는데,

산등성이에는 바람이 불어 앉아있다가 오고 싶은 마음이 일었고...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서 사실 몸 따로 마음 따로 놀고 있었다.


 앞사람이 빨리 가면 한순간 무섭기도 했는데 부처님이 지켜주시겠지~~~ ㅎㅎ

내려오며 그냥 지나쳐온 탑들과 건너편 풍경들이 눈에 어른거려 참으로 아쉬운 밤이 되었다.


 



 희미해서 오히려 신비로웠던 부처님을 속세에 와서 찾아봤더니, 세상에나~~~ ㅎㅎ

바로 그 나무 아래에 조각 작품처럼 잘 생기고 그윽한 두 분이 나타나셨다.

그러니까 그 저녁 희미했음은 또 오라는 뜻으로 알고 다시 찾아오리라!




  2018년  8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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