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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갈 계획이 없었는데 병원에 가시지 않아도 되는 바람에 하루가 느닷없이 달라지게 되었다.

물론 친구가 쉬는 날이고 약속이 없어 성사되기도 했다.

날이 일찍 저무는 관계로 미리 계획을 세워도 모자를 판에 물과 바나나를 챙기며 서둘렀다.

12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10분 만에 준비했을 것이다.



 

 2월에 다녀오고 북한산에 못 갔는데 무리가 되지 않게 천천히 오르자며...

백운대로 향할까 영봉을 갈까 하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관계로 영봉으로 향했다.

햇볕이 나오면 단풍이 찬란했다가 구름이 몰아치면 산 그림자가 자주 만들어지며 변덕이 심했다.




 산 밑은 단풍이 절정이어서 설악이라 해도 달라질 게 없었다...ㅎㅎ...

이 길은 원래 사람이 한산한 곳인데 그동안 알려졌을까 단풍을 보러 온 사람들인가!

암자를 두어 개 지나며 바람이 적은 지역임에도 때때로 스산함이 느껴지다가...

생강나무 옆을 지날 때 마침 해님이 방긋 웃어주어 밝은 기운에 힘을 얻었다.




 첫 번째 전망대에 올랐을 때 남자 두 분이 바람이 너무 불어 위험하다며 내려가고 있어...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나 얼마 만에 왔는데 그냥 갈 수 있는지 집에 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도리어 인수봉이 보이자 반가워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 ♬♪




 비가 온다더니 구름의 이동이 많은 것인가!

고운 단풍과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멋스러웠지만 그것도 햇볕이 나왔을 때나 그랬다.

바람과 구름이 한 차례 씨름하는지 분위기가 캄캄하며 회오리바람이 불다 갑자기 온화해졌다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어떤 젊은이는 영봉이 어디냐며 다급하게 묻더니 내려갈 길은 따로 있느냔 말 끝에 금세 사라졌다.

사람들 마음이 그만큼 바빴던 것이다.




  땀이 나서 겉옷을 벗고 한동안 걸었는데 물 한 모금에 잠시 서 있었더니 오싹 추워져서 견뎌보려다 옷을 입고야 말았다.

헬기장에 도착해 코끼리바위도 내려다보고 한 줌의 억새였으나 가을 분위기가 물씬 흘렀다.

어서 가자고 하니 오히려 옆에 있던 어떤 여성은 아직 시간 있다며 즐기다 가란다...ㅎㅎ

이럴 때 느긋함은 여인들에게서 보이나?




 시야가 확 트여 도봉산의 오봉과 자운봉 만장봉이 거침없이 드러나고...

푸른 산이 불그스레 석양빛을 받은 듯 단풍나무가 유독 많은 길목이 있던데 그 길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루하루 다르게 산길을 걸어도 일 년 안에 못 돌아볼 산이라니 얼마나 넓은 지역에 걸쳐있는가!




 손이 시려 장갑을 한 짝씩 나눠 끼고 찬바람에 코를 훌쩍이며 두 번째 평평한 자리에 올랐다. 

북동쪽 상계동, 의정부 방향...




 눈을 왼쪽으로 조금 돌려 북서쪽으로...

산속에 마을을 이룬 곳은 어딜까, 바위 가장자리에 서면 날아갈까 봐 멀찍이서 구경하였다.




 도착했을 때 영봉에서 바라본 인수봉은 어두웠다.

하얀 바위 사이사이에 햇볕을 받았으면 붉으죽죽 더욱 아름다웠을 텐데 아쉬웠다.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결코 웃지 않았으며 세찬 골바람에 명당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다 후퇴하고 말았다.





일부러 햇볕을 쬐기도 하는 곳인데 춥고 어설퍼서 자리를 떴던 것이다.

200m쯤 내려간 하루재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바람을 등지고 앉아 김밥을 먹었는데 따뜻한 커피와 함께 맛이 좋았다.

고개이니만큼 쌓인 단풍잎들은 낮은 곳으로 휘몰아치고 백운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영봉으로 향하길 잘했다며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따스한 산책길로 내려오니 온화함이 번졌다.




 아름다운 단풍도 겁나게 구경했고 매서운 바람도 구름도 휘몰아치는 기상이변의 신비스러운 날이었다.

그 시각 서울의 어떤 곳은 우박까지 왔다니 삽시간에 단풍이 떨어지면 어쩌나!

아직은 다닐만해서 바람 없는 평일날 백운대를 꿈꿔보기도 한다.





  2018년 10월  29일  평산의 정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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