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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용비어천가 원문을 복사해놓고 해를 넘겼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무슨 내용인지 읽어보았는데...

글씨가 요즘과 다르고 해설을 읽어보아도 고전이라 뜻풀이가 만만치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부분은 용비어천가 제2장으로...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 됴코 여름 하ᄂᆞ니

ᄉᆡ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ᄊᆡ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이며...

 

이외에 다른 내용이 조금 붙어있겠지 하다 125장까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공부시간에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을 텐데 딴짓을 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었다.

세종대왕께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라도 몇 번 읽어보고 당시의 글씨를 써봤으니 용서해주시려나?

 

 

 

 

 

  오랜만에 집중해본 시간이었다.

어쩌면 비가 와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책상에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았더니 무언가 불편해서 내내 서서 썼으며 길게 두 장을 쓰고

저녁을 먹자 해서 부엌에 나왔는데 갑자기 어설프며 으슬으슬 추웠다.

거북해서 조끼를 벗었는데 쓰는 동안에는 전혀 몰랐다.

 

 비슷한 길이의 관동별곡은 며칠 걸렸지만 길이가 조금 더 긴 것 같긴 한데

저녁을 먹고 한참 써야 하는 줄 알았다가 별안간 끝장이 보여 반가웠다...ㅎㅎ...

이리 조금 남은 줄 알았으면 모조리 쓰고 밥 먹을 것을 그랬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지자 다시 마음잡는데 갈팡질팡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틀린 글씨가 있을 경우에는 종이를 오려 붙이고 다시 썼다.

 

 용비어천가는 세종 27년(1445년)에 정인지 등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하며...

제1장~ 2장은 서가(序歌)로서 조선왕조의 창업이 필연적이라는 것과

왕조의 영원한 번창을 송축하는 내용이고

제3장~ 109장은 본가(本歌)로서 목조, 익조, 도조. 환조, 태조, 태종 등 육조의 사적을 찬양하고 있었다.

제110장~ 125장은 결가(結歌)로 후대 왕에 대하여 잘못하지 않도록~~ 게 해주십사의 내용이었는데,

본가(本歌)에서는 특히나 중국의 은나라, 주나라, 당나라 때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육조(六祖)의 찬양이 이어졌으며 임금에게 잘 보이려는 신하의 마음이 엿보이기도 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세종대왕 당시의 글씨를 써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정성을 들임으로써 별 탈 없이 한 해를 재미나게 지낼 수 있길 비는 마음도 실었다.

 

 

 

 

  2020년  1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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