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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자율적으로 무엇을 써보는 것에 자긍심을 갖는다.

집중하며 정성을 들여보는 것이다.

쓰기에 앞서 대충 읽어보니 내용도 쉽게 들어오지 않았지만 어려운 글씨가 너무 많았다.

전체 문장을 쓰는데 4일 걸렸는데 모르는 글씨를 찾아보며 쓰자니

시간이 걸리고 날이 더워 먹물이 금세 마르는 관계로 

미리 종이에 연습하며 사전을 찾아보았다.

마음 내킬 때마다 해서 이런 과정이 거의 두 달 걸렸다.

 

 그러고도 막상 붓을 들어 희미한 획은 컴퓨터로 검색하며 써나갔는데

첫 글자 '독'이 예쁘게 써지질 않아 몇 번 연습하다 산책하러 나간 적도 있다...ㅎㅎ

종이에 써봤으면 그것도 정성 아니냐며 진도가 영 나아가 질 않아

붓으로 가 아닌 붓펜으로 써볼까 마음이 흔들렸으나 

단지 마음공부에 스스로 무게감을 줄 필요는 없어서 

안 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 보자 했다.

 

 식탁에서 써보다가,

책상에서도 시작해보다...

어디든 높이가 맞질 않아 한지 위쪽은 서서 쓰고

아래쪽으로 내려오며 의자에 잠시 앉았다.

 

 

 

 마음을 다잡으니 그런대로 글씨가 이어졌다.

하루에 한 장씩 쓴 셈이며 틀린 글씨나 줄이 잘 맞지 않으면 종이를 오려 붙였다.

여기까지가 본문으로 갈수록 차분해지는 듯했지만 햇볕이 들어오는 오전에는 모르겠더니

날 저물어 형광등 불빛에서 쓰면 눈이 부셔서 되도록이면 낮에 써야 했다.

물론 땀도 흘렸다!

 

 

 

 

 같은 한지라도 먹물이 더해지면

무게가 늘어나 기분 좋은 묵직함에 질겨지는 듯했으며

항아리 덮을 때의 한지와는 다르게 반짝반짝 빛이 났다.

 

 공약 3장까지 모조리 쓰고 번역본도 읽어보고서 느낀 점이란...

당시의 어수선한 나라 형편에 지식층이 앞장서 글이라도 남겨서

만세운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뜻은 존경스러웠으나 누구를 위한 독립선언문이었을까?

문맹인이 많았을 것이고 읽는 것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주목적이라 했어도

지식층을 위한 독립선언서라면 잘못되었다 싶었다.

한글 창제된 지 오래인지라 좀 더 쉬운 말로 써서 눈높이를 맞췄어야

글을 읽으며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불탔을 텐데

어쩌면 그리 어려운 문구로 이어갔을지 실망되기도 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그저 글씨였을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국민으로 태어나 독립선언서를 

제대로 읽어보고 써보고 선조들 흉도 보면서...

정성을 들이는 좋은 시간이었으며

다 쓰고 힘들었을까 이틀 동안 쉬며 놀았다. 

 

 

 

 

   2020년 7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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