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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사골곰탕의 변신

평산 2020. 2. 11. 20:25

 

 선물을 하나 들고 왔는데 사골곰탕이었다.

박스를 열어 보니 아이스 은박지로 튼튼하게 싸여 쉽게 풀어지질 않았다.

곰탕이면 포장이 잘 되어 있을 것이라 겉에 쓰여있는 글씨를 읽어보니,

총 다섯 봉지가 들어있으며 보관방법은 상온에 두어도 된다 하였다.

떡국떡 넣어 먹어도 좋겠다며 급할 게 없어 풀지도 않고

베란다 뒤꼍에서 하루가 지났다.

 

 

 어머님께 가려고 이러저러 준비에 사골곰탕도 챙기자 은박지를 꺼냈는데,

여전히 손으로 뜯기에는 어려워 연장을 들어야만 했다.

다섯 봉지가 들었다더니 언뜻 얼음 팩이 보였고 안쪽으로 어쩐 고깃덩어리가 있었다.

 "사골곰탕이 아니잖아?"

 "상온에 두라 더니 웬일이야?"

 

  

 

 

 

 갑자기 다급해졌다.

고기는 간밤에 마음 놓고 숙성이 되어 다녀와서 손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붉은빛이 돌며 거뭇거뭇 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 챙기러 가는 길인데 언제 썰고 가지?"

 "기다리실 텐데......"

 

 칼을 부리나케 갈아 고기를 펼치니 양지머리였다.

포장은 물론 겉에 테이프까지 붙어있어서 깜빡 속은 것이다.

받은 사람도 사골곰탕인 줄 알고 왔던데,

주는 사람도 그렇지 말이야...ㅎㅎ...

사골곰탕 박스에 넣었어도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고기라고 말을 해줘야지!

상했으면 아까워서 어쩌라 그랬을까?

푹 믿고 안 풀어본 내가 잘못이지, 뭐!...ㅎㅎㅎ

 

 

 먹을 만큼씩 떼어 포장을 하니 사골곰탕처럼 다섯 봉지가 되었다.

여름날이면 십중팔구 상했을 텐데 얼음팩과 은박지에 싸여 다행이었으며,

만난 지 오래라 키다리 나무와 매미처럼 근사하게 어울렸던 두 사람을 떠올려보고

그리움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 시원한 뭇국을 끓였다.

정말이지, 사골곰탕의 감쪽같은 변신이었다.

 

 

 

 

 

   2020년  2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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