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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가자미조림을 하며

평산 2020. 1. 28. 22:08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가자미다.

치아가 불편하시니 무를 넣고 물컹하게 졸인 것을 요즘 즐기신다.

고춧가루를 조금이라도 넣으면 맵게 느끼실 만큼 몸이 약해지셨는데...

올 들어 왼쪽 무릎이 골절되시는 사고가 있어서

큰일이라며 눈앞이 캄캄했었다.





 하루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장기 요양 신청을 했으나 의사 소견서를 내야 하는데

정형외과에서는 해당되는 사항이 전체 질문 중 하나 밖에 없어서 안 된다 하고,

지병으로 다니셨던 병원은 의사 소견서를 해 줄 수 없다고 하여 결국 체념하게 되었다.

또한 나라에서 요구하는 장기 요양에 필요한 병의 코드가 있다는데 해당사항이 없다니 어쩌겠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집안에 판사 검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처럼...

의사 한 명쯤 있어야 혜택을 받겠구나 싶은 것이 답답하였다.


 도착하면 어머님 방이 엉망일 때가 많다.

사람이 먹고 내보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 깨닫게 되어..

변기란 변기 기저귀 종류는 다 사다 놓고 쓰고 있는데 그마저 제대로 쓰이질 못하고 있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시니 이러저러 실수가 많으신 것이다.


 옷 갈아 입혀드리고 밀린 설거지부터 시작해 식사 준비해 드리고...

드실 동안 빨래를 모아 돌리고 방 청소를 하며 재활용에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지, 

마른 빨래는 개야지, 어머니 이야기도 들어드려야지...ㅎㅎ

보통 하루 걸러 이불 빨래에 세탁기가 가장 큰 효자가 되었다.


 일을 다 한 듯하면 가겠구나 싶으신지 아이고~ 아퍼라~ 더 아기가 되시는데

뒷동산으로 해서 집으로 향하게 되면 어머님 일은 다시 갈 때까지 잊어버리는 편이다.

시누님께 일주일에 두 번 도와달라고 하여 나름 휴가도 생겼으나

명절 때문에 흐려졌어도 다시 오셨으면 좋겠다.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 처음에 캄캄했던 마음에 비하면 이제 여유가 있다고 할까?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라는 친구의 말이 고마웠고...

어머니를 자주 뵈니 반찬투정을 하시던 서운한 말씀을 하시던 한 귀로 흘리며 도와드리니 

나름 보람도 있고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데 이 정도로도 감사하며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

위축되지 않고 나를 더욱 사랑해주며 즐겁게 살려고 해보련다.

 '에구, 수다에 가자미조림 타겠네!'





  2020년 1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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