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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山은 말이 없는데...

평산 2020. 2. 15. 12:53


 구정이 지나 산에 가보니 이런 문구가 있어서 가던 길을 멈췄다.

아무것도 모르고 20여 년을 다녔는데 2월 6부터 출입금지한다는 글이었다.

집에서 이곳까지 오며 '걸으니 좋구나!' 했다가...

이곳을 지나자 땅주인의 입장을 생각해보았다.


 산길이 넓어지고 나무들도 방해가 되면 잘리고...

공원화된 산이라서 계단이 훼손되면 구청(?)에서 고쳐주는 것 같았는데.

흙길을 걸으며 사계절을 볼 수 있어 좋았으나 주인 생각은 다르겠지!




 동쪽으로 난 길이라 해는 이미 산 너머에 있어서 모자를 쓰지 않아도

여름날 국수나무가 양쪽으로 파릇하고 사이사이 진달래와 상수리나무가 많은 지역인데...

2월 6일이 되어 설마? 가슴 조마조마하며 걷다가 한 사람을 만났으니...

 "혹시 길 막혔어요? 어떻게 지나 오셨어요?"

 "막혔더라고요, 그냥 옆으로 왔어요."

 "아~~~"




 다가가니 이렇게 막은 곳이 두 곳 있었다.

왼쪽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 흙이 벗어진 것을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다른 길이 없어

이 길을 지나며 이해가 되는 것도 같으면서 씁쓸하였다.

산길을 머릿속에서 재점검하여 앞으로는 어떻게 다닐 것인가!

사방 팔방으로 아는 길을 동원하여 노선을 그려보았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둘레길이 아닌 산으로 올랐다 내려가 예전 길과 합류하는 방법이었다.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는데 막히자 이쪽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제법 윤기가 흘러서 안심이었고,

여전히 막힌 곳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호젓하였으나 어색하였다.




 이 산은 둘레길을 돌 때도 낮은 곳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을 두 번 정도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이 길로 접어드니 30분 이내에 다시 정상 쪽으로 향하는 것이라

전체 길이는 줄었을지 몰라도 에너지는 더 쓰일 수 있었다.

봄이면 조붓한 길 양쪽으로 초록이 아름다우리라!




  '앗!...ㅎㅎ'

이렇게 깊은 산속이었다.

처음 가는 길이어서 긴장되기도 했는데 그 만큼 궁금하며 기대도 컸다.




 곳곳에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았지만 안전한지 살펴봐야 할 곳이었다.

바로 위에 군대가 있어 혹시 총 맞는 것은 아닐까 두리번거리며 우리 국군인데도 그랬다...ㅎㅎ

7부 능선쯤 올라 다시 내리막으로 이어져 남쪽으로 향하자 늘 다녔던 곳과 이어져

나온 길이 모험이었다면 비로소 편안해졌다.


 마을신문을 읽어 보니 도시계획에 따라 공원부지로 지정된 땅은 사유지를 매입해야 완전한 공원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데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지정이 해제되며,

2020년 7월 1일이 그날이라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산은 그냥 말이 없는데 네 땅 내 땅 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일었고

계속 다녀야 할 입장이라 새삼 고맙고 미안하였다.





 2020년  2월  1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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