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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좋은 말 할 때 나와!"

평산 2020. 4. 2. 15:05


 "좋은 말 할 때 나와, 밥 먹자!"

강한 말이긴 하지만 웃음이 나오며 반가운 말이었다.


 " 바이러스가 있어도 비슷한 생활이야,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협조해야지!"

 "그렇긴 하지만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어. 언제 올 건데?"

 "선릉에 벚꽃 피면 갈게!"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벚꽃이 피고야 말았다...ㅎㅎ

꽃이 핀 사진을 보내며 활짝 폈으니 어서 오라는 다그침에...

한 달이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이 없어서 걱정되었지만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있으니 용기를 내보자 했다.


 "초밥, 복맑은탕, 순대국밥 중 무엇을 먹을래?"

만나자마자 행복한 질문을 받아 '복맑은탕' 먹자며 복 전문집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점심 때라 도시락을 봉지봉지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무리 지어 음식점에 들어와 마스크를 벗고 경계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맑은탕만이 아니라 복튀김과 껍질무침, 매콤한 복불고기가 연이어 나와

너무 비싼 음식을 시킨 것은 아닌가 했더니 점심 특선으로 그렇게 나온다는 소리에 촌티가 났었다.

국물을 더 달라고 하여 남김없이 시원함을 채우고 부른 배를 안정시키자며

오늘 우리를 만나게 해준 주인공인 벚꽃을 보러 선릉에 들어갔다.



  



 선릉은 20년 가까이 지나 다시 와봤을 것인데 흐르는 세월에 조경이나 길이 변했구나 싶었다.

조선왕조 성종과 그의 세 번째 부인 정현왕후가 잠들어 있는 선릉과

그들의 둘째 아들 중종이 정릉으로 자리하고 있어 선정릉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강남의 비싼 땅 삼성동에 자리 잡아 높은 빌딩들에 둘러쌓여 있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넓은 부지에 소나무와 벚나무, 흙길이 시민들의 숨통을 터주겠기 때문이었다.


 표를 끊는 곳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으나 들어가니 다들 흩어져 거리 유지는 저절로 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홍살문이나 재실 등 비슷한 구조여서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았고

벚꽃을 보며 사잇길로 친구와 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 벚꽃은 나무가 빽빽하여 위로나 자랐는지 키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가깝게 벚꽃을 바라보는 것보다 하늘에 떠있는 꽃들을 가물가물 올려다봐야 하는데,

낮은 곳은 제비꽃이 군락을 이루며 황매화가 곳곳에 피었고...

수양버들 연둣빛에 적당한 그늘이 있어 산책하기 그만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점심시간에 잠시 만나려면 친구야 늦어진 만큼 돌아가 열심히

임하면 될 테지만(내 중심적인 사고...^^) 옷 입고 나갔다가 대낮에 집에 들어오려면 허무함이 있던데,

저녁시간이면 퇴근하는 사람들과 거리두기가 어려워 잘했다 싶었다.


 다시 거리로 나오자 활기찬 모습들로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직장인들이 길게 늘어서

뉴스 시간에 본 풍경이 정말이구나 싶었는데 다들 나름 편안한 얼굴들이어서  

마트에나 다녀올까 도로까지도 나가지 않았던 내가 너무 소심했나 싶기도 했다.

한번 나갔다 왔다고 간이 조금 커진 것이다...ㅎㅎ

좋은 말 할 때 나오라는 친구 덕분에 우물 안에서만 있다가 펄쩍 뛰었던 날이다.



 




 2020 년  4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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