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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대로 향하며 줄줄이 걸려있는 쫀디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많이 먹진 않았지만 남아 있는 기억에 발길을 돌렸다.

학교 앞 문방구도 아닌데 마트에서 팔고 있다니 불량식품 아니었나?
하지만 맛을 보고 싶어 한 봉지 들고 왔다.



     

  


 시장바구니를 내려놓자마자 궁금하여 밤 향기가 난다는 쫀디기를 꺼냈다.

바싹 구우면 쫀득하지 않을 테니 불에 그을리는 정도로 맛을 봤는데,

향기는 모르겠고 촌스러운 단맛은 여전했으며 무엇보다 쫀득함이 매력 있게 다가왔다.

세로로 가늘게 찢어 오물오물해야 씹기 수월하고 더 맛났다.

무엇이든 잘 먹으며 습관처럼 돌아서면 다음 먹거리를 상상하는 편이라

쉬는 시간도 가질 겸 쫀디기를 입에 물고 있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


 며칠에 한번 마트에 갈 때마다 쫀디기 매달린 곳을 일부러 지났다.

서운했던 마음을 충족시키고 싶어서 요번에는 두 봉지를 사 왔다.

한 봉지에 6개가 들어 있었는데 참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다 먹었으며,

부끄럽기도 했고 들키고 싶지 않아 나머지 한 봉지는 부엌 베란다에 숨겨놓았다.

다음 날 먹을 생각을 하니 행복하여 후후~


 별로 살 것도 없는데 쫀디기에 이끌려 마트에 들렀다.

이제 마약처럼 자꾸 생각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두 봉지 사서 다음날까지 견디질 못하고 낱개 12개 중 10개를 단숨에 먹었다.

입 주위가 조금 불편하다 싶었지만 쫀디기 맛을 이길 수 없어 마구 오물거렸다.

 '필요한 근육이 생기겠지 뭐!'

그 와중에 두 개 남긴 이유은 미안함 때문이었으나 다른 간식거리와 섞어

슬며시 내놔봤더니 나처럼 즐기질 않아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바로 다음날 쫀디기를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갈 때마다 주렁주렁 달렸더니 몇 봉지밖에 없어서 무엇을 들킨 기분이었다.

아래쪽으로나 매달려있었는데 색이 다르고 크기가 작으며 12곡으로 만들어졌다나?

여태껏 후다닥 사 가느라고 몰랐는데 다른 종류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12곡으로 가보자!...ㅎㅎ'


 그러던 어느날 책을 읽으며 머리가 내려와 쓸어 올리는데 우연히 관자놀이에 손이 닿자 무지 아팠다.

 '어라, 왜 그렇지? 싱크대에 부딪친 적도 없는데 이상하네?'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아파 계속 문지르며 이때만 해도

쫀디기 때문인 것을 눈치 못 채고 원인 모를 결과가 있구나 했었다.

또한 이상하게도 하품을 하면 입이 열리긴 했으나 닫기가 버거워져서

손을 하악골 양쪽에 대고 오므리던 중 치과에서 정기검진이 있다며 오라는 문자에

 '지금 입을 아~~ 할 수 없어 못 가요'란 말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한 봉지를 사 왔다.

의욕이 떨어진 것이다.

먹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으나 오물오물 하기가 겁났다.

범인이 쫀디기인걸 눈치챘으며 밥 먹을 때는 견딜만했는데 하품이 나오면 괴로웠다.

2주일에 걸쳐 먹은 듯한데 하악골(下顎骨)이 아파 쉴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마트에 갔더니 똑같은 환자들이 생겼나 그 자리에 글쎄 쫀디기가 없었다.

다시 한 바퀴를 돌며 살펴볼까 하다 살 것도 아닌데 뭣하러 찾느냐...

발길을 돌리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  어째 이런 일이......^^'

 





   2020년  4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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