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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내내 삶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밤 속에 간혹 벌레가 있어
보글보글 끓으면 벌레 국물이 이 밤 저 밤으로
스며들 것 같아 안되지, 안되지!
그래서 찌기 시작했다...ㅎㅎ
벌레가 그 밤에만 얌전히 있었으면 해서다.
밤을 세 번 정도 씻어 물에 담가
잠시 지켜보다가 물 위에 뜬 것은 따로 모은다.
밤이 말랐으면 벌레를 먹지 않아도
뜨는 것이 있으니 버리지 않는다.
물에 오래도록 담가놓으면 벌레가 숨을
못 쉬고 껍질이 잘 벗어지는 점이 있지만
촉촉해져서 분가루 맛과 달콤함이 덜하여
소쿠리에 금방 건져야 좋았다
칼집을 넣어 찌면 이 또한 까기는 쉬우나
단단한 밤 껍데기에 칼집 넣기가 쉽지 않아
그냥 찌는 편이다.
금방 찐 밤은 수저로 먹어도 맛있다가...
식으면 인기가 급히 떨어져 굴러다니는데
모조리 까놓으면 시간은 걸려도 오며 가며
반기는 간식이 되었다. 한가할 때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강의나 관심 있는 이야기 들으며 한다.
포만감이 있어서 무엇을 먹고 싶은데
밥은 아니고 과일도 아닐 때 찐 밤은
달콤함과 고급스러운 쫀득함으로
허전함을 메워주며 안정감을 주었다.
인절미나 군고구마의 역할이
다 들어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주 먹으니 살이 좀 오르고
밤을 깔 때 미세한 분진이 콧속으로 들어가
간질간질거리기도 하나 겨우내
달콤하고 포실한 밤 먹을 생각을 하면
즐거운 콧노래에 지나지 않는다.^^
2020. 11. 21. 평산의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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