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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시 30분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쑥 질감이 느껴지는 떡이 무척 맛있었다.)

국화 전시회를 갈까 뒷산에 올라 밤을 주울까 하다

손맛을 느껴보자 밤을 줍기로 하여

햇볕 따스한 낮은 산을 올랐다.

수확철이 늦어 사람들 손길이 다 지나간 다음이었지만

밤송이를 까서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밤이

굴러서 풀밭에 누워있는 것들을 줍는 게 실했다.

 

 풀숲을 헤치거나 밤송이가 뭉쳐있는 곳을 들추면

썩고 벌레 먹은 것도 있으나 건강한 밤들이

똬리를 튼 것처럼 숨어 반짝이니 반가웠다.

그리 숨었다 발견되어 서울까지 올 줄 어찌 알았을까!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었는데 나만 반가웠나.

두 시간 가까이 수확하는 기쁨에 정신없이...

흙이 묻은 것을 그대로 넣기도 했다.

 

 오후에도 주웠으면 많이 했겠지만...

2시에 5일장이 열리는 곳에서 또다시 색소폰 연주가

있었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미리 짐을 싸놓았다.

밤이 무거워 들고 내려오느라 힘이 없었으나

친구는 아욱국을 끓이며 또 정성을 들였다.

속이 풀어지며 힘을 얻자...

 

 

 

 5일장이 열리는 시장의 공동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시장통 번잡한 곳은 사람들이 몰렸겠지만 이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해서 주변이라 안타깝기도 했는데

어제는 못 봤던 색소폰 전공자 두 명이 초청되었고

교양악단에서 트럼펫을 부셨던 분이 함께 하셨다.

 

 사실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색소폰이 한 종류만 있는 줄 알아 소리도 한 가지겠지!'

 '산에서 들에서 들었던 시끄러운 소리겠지!'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짜릿함과 감동을 받았다.

시골의 허름한 공간이었으나 음악을 들으러 오지

않는 사람들이 좋은 기회를 버린다 싶었다.

 

 전공자들은 역시 달랐다.

평소에 듣던 소리와는 달리 고급스러운 음색과..

색소폰 종류를 달리하며 멋진 독주회를 펼쳤다.

특히나 'Loving You' 'Hey Jude' 등은 하~~~

열광 열광에 아주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트럼펫의 '라 팔로마' '산체스의 아이들'도 좋았고,

앙코르로 '황야의 무법자'를 들으며 사막을 달리기도 했다.

물론 다 같이 연주한 'La Cumparsite'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 '체리핑크 맘보'도

흥겨워 몸이 저절로 흔들렸었다.

 

 소리만 좋았던 것이 아니고

젊은이들은 잘 생기기까지!...ㅎㅎ

이제 와서 잘생긴 사람이 보이면 어쩌려고?

아니, 그만큼 보기 좋았다는 이야기다.

그 옛날 음악을 전공하면 어떻게 먹고사나 걱정이었는데

저 정도의 매력이라면 소리 하나로도

에너지 삼아 내내 살 수 있겠더란다.^^

색소폰 여운이 남아 집에 와서도 Kenny G와

다른 연주자들 소리를 찾아 많이 들어보았다.

 

 

 

 돌아온 다음날에는 밤이 택배로 전해졌다.

내가 주운 것에 친구가 보태서 박스 옆구리가

터지도록 보내왔지 뭔가! 많이 주려고 애를 쓴 것이다.

어떻게 박스를 옮겼을지 허리 아팠겠네!

더구나 씻기까지 해서 말끔하게 전해졌으니 

그 정성을 어이하리! 앞집도, 뒷집의 여고 동창도

뒷산에 같이 오른 고모도 드리고 겨울 동안

맛있게 먹을 생각에 행복했어라!

 

 

 

 2021년 11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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