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에워싼사람들

병원에서 며칠

평산 2023. 1. 23. 13:28

 엄마가 식사를 하시면 자주 토하시고 

그러고 나면 식사를 잘 못하셨고 며칠 또

괜찮으시다가 이런 일이 반복되셔서 기존의 당뇨 이외에

노환이신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시니 피검사에서

황달수치가 높게 나오며 담석이라는 판별이 나왔다.

 

 동생이 이틀밤을 간호하고 내 차례가 되었다.

응급실로 들어가셨기 때문에 동생은 신속항원검사만 

받았지만 병동에서 간병하는 사람은 pcr 검사결과가

필요하단 소리에 정식 코로나 검사를 해보며 예상보다

하루 늦어지게 되었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3cm의

돌이 나왔단 소리에 안도의 기쁨이 있었다.

 

 쓸개라고 부르는 담낭은 간, 십이지장과 연결된

소화기관으로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흘러나와

보관되는 장소다. 담즙이 흐르는 길을 담도라 하는데

엄마는 이 담도를 1.3cm의 돌이 꽉 막고 있었던 것이다.

 

 금식을 며칠 하셔서 링거를 맞았어도 입이 마르시고

기운이 없으셔서 화장실 가기가 힘이 드셨다.

무엇보다 24시간 마스크를 써야 해 낮에는 그런대로

견딜만했지만 밤까지 쓰기에는 참으로 답답하였다.

 

 노인병동이 아니었음에도 소화기 계통의 병동이어서

연세 있으신 환자가 전부였으며 간병인들은 서로 아는

처지라 침대 사이로 수다를 하고 한 명이라도 퇴원할

즈음이면 골목에 서서 우왕좌왕함에 남은

환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였다.

 

 엄마와 온종일 붙어 있는 시간이 적어 

간병하러 갈 수 있음에 고마움도 있었는데

빠르게 움직이시질 못하니 영상사진 찍으러 갈 때

도와주는 아저씨들은 잘 걷지 못하심에도 재촉하여

알아서 하겠다 엄마와 몇 번 다녀오기도 했다.

 

 병실에는 가지가지 환자들로 왼쪽에 있는 분은 치통이

있으신지 간호사를 연신 부르며 치아를 모조리

뽑아 달라 하시고 집에 가고 싶다 소릴 지르셔서

지나는 김에 어떤 분이신가 눈이 마주쳤는데 손을 잠깐

흔들어 아는 척했더니 부끄러운 듯 웃으시며

환한 얼굴이셨다.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보다는

아프시냐고 어쩌냐고 좋아지실 거예요 등

달래기의 위로의 말이 필요함을 느꼈다.

 

 오른쪽에 계셨던 환자는 엄마와 따님이 사시며

하루종일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돌봐주시는 분으로

학교 다닐 때 머리 따주시던 기억들이 남아 머리가

긴 인형을 종일 매만지시고 갖가지 옷으로 갈아입히셔서

할머니방 머리맡에는 손놀림의 물품이 가득 놓여있단다.

고운 할머니셨는데 인형놀이 하시는 분을 만나

동화처럼 재밌기도 뜻밖이기도 했다.

 

 앞에 계시던 환자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어린이의 사고를 가진 분인 것 같았다. 남편 분이 간병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 언제 가냐, 배고프다 등 단순한

말들을 하루에 몇 백번 반복하여도 일일이 대답해 주는

모습에 참 대단하시다 싶었다. 아내의 아픔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한다면 그런 대답이 나올 수 없을 터였다.

 

 여러 날 금식 끝에 미음이 나오자 한 그릇 비우셨다.

이제 살 것 같다며 반짝 웃음이 있으시고 혈색이 돌아오시는

듯했으나 여러 날 잠 못 드시고 지치셔서 기력은 여전히

약하셨지만 작은 설날에 퇴원하셔서 다행스럽기도 했다.

식사를 잘하시고 기력이 회복되셔서 요양원이나 

병원에 가시지 않고 편안해지시길 바라본다.

 

 

 

 

   2023년  1월  23일  평산.

'에워싼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결혼식  (5) 2023.02.07
바지가 곱다.^^  (11) 2023.01.26
세상에 이런 복받을 일이...  (12) 2022.12.02
낚시로 잡았다는 한치!  (12) 2022.08.13
엄마, 아버지, 오빠와 나  (0) 2022.06.13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