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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어떤 결혼식

평산 2023. 2. 7. 14:30

 중학교 2~ 3학년 때였을 것이다.

오빠와 나, 여동생이 부모님 곁을 떠나 공부한다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 시골에서 친척 동생이 밥 해 주러

잠시 왔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을 테고 방과 후 시장을 같이 다녔을 텐데...

누구는 학교에 다니고 누구는 밥 해주던 처지여서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모로 미안하지만 그때는

철이 없어  그런 생각을 못하며 지낸 것 같다.

 

 동생은 그 후로 살던 곳으로 내려가 남들보다

늦게 여고를 나오고 회사에서 팀장까지 했다니

똑똑했구나 싶었고 결혼을 한 후 수도권에서 살고 있단

전화가 와서 반갑다가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갔단 소식을 들었지 뭔가!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와 기꺼운 마음으로 갔다.

아니, 같이 살면서 말이라도 곱게 했을지 자신이 없었고

실수한 부분들이 마음 한편에 남아 동생을 축하해

준다는 마음보다는 내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해서

참가한 것이 맞을 것이다.

 

 아들은 나름 어려웠을 테지만 축구선수로

국가대표를 한 적이 있다. 영국에도 잠시 갔었으나

밥 해 주러 간 누나가 그곳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것이 영국생활의 열매였다고 할까! 활약이 적어

다시 국내에 돌아와 Fc에서 뛰고 있다는 소식을

가끔 검색해 보며 알게 되었다.

 

 

(자릴 빛내준 '골 때리는 그녀들'의 김보경선수)

 과연 축구선수들이 많이 보였고...

한 가지만 성실하게 해도 성공하는 시대임을

확인했다 싶으며 아버지 옆에는 누나가 자리해

전혀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고 든든하며 보기 좋았다.

또한 결혼식에 가면 식사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으나

따끈한 수프로 시작해 후식까지 맛있게 먹었다.

 

 미안했던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참석했다가

가벼워진 것을 넘어 즐겁고 행복해져서 돌아온

어떤 결혼식이었다.^^

 

 

 

  2023년 2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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