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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솜 틀기!

평산 2023. 5. 16. 23:17

 장마가 오기 전에 솜 틀기를 하였다.

요가 납작해지고 몸무게는 늘어나는데...

솜이불이 점점 무겁게 느껴져 커다란 숙제였다.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고,

요즘 솜 틀기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어느 날 누가 던져놓고 간 명함이 

현관 앞에 떨어져서 무척 반가웠다. 내내 갖고

있다가 알맞은 시절이다 싶어 전화를 해보았다.

 

 솜 트는 집이라며 아줌마가 받아 기뻤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방문시간 약속을 하고,

어떤 상태로 솜을 놔둬야 하냐고 여쭈니 그냥 쓰던

그대로 두란다. 실어 간다니까 부담이 적었는데

이불장을 보여주기는 부끄러워서 솜이 들어

있는 것은 모조리 마루에 꺼내놓았다.

 

 솜이불이 두꺼워 버리려고 한 것도 못 버리고 

이참에 상담했더니 이불 3채가 나온다네?

와아~~~ ^^

 

 

 이불보도 직접 만든다며 요나 이불 덮개가 각각

15만 원으로 생각보다 비싸 하나씩만 장만하겠다

결정하였고 솜 트는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불은 각각 8만 원, 요는 두껍게 해서 10만 원)

하지 않을 수 없어 솜을 보내고는 개운한 듯

잘한 일인가 정신이 없었다.

 

 보내놓고야 솜틀집을 검색해 보았다.

사서 쓰는 이불이 이불보만 봐도 세련돼 보이며

솜이불은 혹여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닌가?

주부로서 살림을 잘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런데 의외로 연합하여 운영하는 솜틀집이 많았고

솜 트는 비용을 잘해줬다고 했지만 비용이 덜해서

(두꺼우나 얇으나 크기에 상관없이 5만 원이라 나옴)

 

 몇 군데 찾아보고 결정할 것을...

요즘 솜 트는 집이 없을 것이라며 반가운 마음에

집까지 오셨으니 덜컥 결정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칠 않아(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음)

전화를 걸어 이불홑청은 집에 있는 것 쓰겠다며

거절했더니 대신 현금으로 줘야 한다며 이틀 후

솜을 전해받았는데, 요 없다고 이것저것 임시방편으로

만들어 깔았다가 등이 배겨 잠이 오지 않았었다.

 

 암튼, 가격이 좀 비쌌거나 말거나 깨끗한 속싸개로 

옷 입혀 온 솜들을 보자 세상 참 좋구나 싶었다.

순하고 착한 하얀 천사들로 보였으니 말이다.

 

 그동안 모조리 이불빨래 해서 말린 껍질을  

평소에는 그냥 씌웠으면서 새로운 솜이라고

다림질을 하고 솜뭉치마다 겉에 솜 먼지가 있어

일일이 테이프로 떼는 것도 시간 걸렸으며 두꺼운

솜다발을 연이어 6개나 옮기며 호청을 씌우자니 더워서

땀이 나고 손가락마저 불편해 간신히 해치웠다.

이것뿐인가?

 

 이참에 이불장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오전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음)

기진맥진해져서 이제 씻고 누우면 내일 아침까지

그대로 자겠는데 저녁은 또 어떡한단 말인가.^^

설거지를 하고 났더니 허리까지 불길한 느낌이 와

파스를 양쪽에 붙인 다음 두툼한 요 위에 러졌는데

얼마나 푹신하던지 구름 위에 있는 듯 파묻히려

했으며 꼭 보료 위에 누운 것 같았다.

 

 '힘들었지만 좋구나!'

 '엄마가 해주신 이불, 버리지 않길 잘했어.'

 '이를테면 천연섬유 아닌가!'

일생에 몇 번 있을 커다란 일 하나 끝냈다 싶은데

편안한 요 위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손가락이며 허리며 온몸 뻐근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져서 신기하였다.^^

 

 

 

 

  2023년 5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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