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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엄마 아버지 만나러...

평산 2023. 5. 9. 13:36

 "일주일 후에 제사가 있으니 그때나 오너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뵙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아 은행에 들러 예전에 살 던 곳으로 향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추어탕집이 있어서다.

 

 한 김 식힌 추어탕을 얇은 비닐그릇에 담아주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언뜻 내려다보니 그릇이 일그러져 

그냥 들고 갈까 하다 불안하여 가방에 넣으려는데 

사과와 참외를 위에 얹기가 조심스러웠다. 열기에

삶아지면 어쩌나 염려되었고 탕을 덮은 비닐이 더위에

점점 부풀어 올라 과일 무게 때문에 터질까 싶었다.

 

 다행히 지하철에서 앉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릎이 따스해서 좋더니만 마스크도 썼겠다 

갈수록 따땃해지다가 덥기 시작했는데 음식이라

바닥에 내려놓기는 뭐해서 땀 몇 줄기 흘리며 찜질방

체험을 한 셈이지만 버스로 옮겨 탄 후에는 자리가

여유로워 옆자리에 내려놓아 호강하였다.

 

 사시는 곳은 새롭게 조성된 마을이라 깨끗하고

쭉쭉 뻗은 나무들이 아름다워 잠시 걸음이 멈춰졌다.

그야말로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는

눈 부신 5월인 것이다.^^

 

 

 리베이터가 스르륵, 아버지께서 두 팔을 벌려  

웃고 계셨고 현관에 들어서며는 다리가 불편하신 엄마가

소파에 앉아 박수를 치셨다. 얼마 전 담낭관을 꽉 막았던

돌(1.3cm)을 제거한 이후에 식사를 잘하시는 편이고 

아버지께서 살림을 하시니 자식으로서는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현실이다.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고 왔어?"

 

 맛난 파김치에 따끈하게 데운 국을 한 그릇씩 비우며

부모님 뵈러 와야 비로소 추어탕도 먹어본다 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에 있을 제사의 주인공이신 나의

친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존함을 여쭈었다.

요즘 역사소설을 읽으며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봉투에다 왜 아무 말도 쓰지 않았다며...

생신 때 몇 자 적어 드렸더니 엄마가 읽고 또 읽고

하신다는데 당시에는 살피지 않으시고 무심히 지나가셔서

(별과 꽃그림도 그리고 색칠했음) 나 혼자 어색하다

말았던 것을 식구들 없을 때는 자꾸자꾸 들여다보시는구나.

암튼, 충청도 사람들 심중은 여전히 모르겠단 말이야!^^

 

 엄마와 손을 붙잡고 온기를 나눈 후 집을 나섰다.

두 분이 눈 감고 쉬시는 시간이 필요하신 것이다.

인삼과 닭 한 마리 사다 두신 것을 기어코 가져가라 하시네!

안 가져가면 마음 아프시다니 그 마음 알 것 같아 

고집부리지 않고 햇볕 따스한 길로 나왔다.

 

 버스가 금방 와 기분이 좋았다.

갈 때는 버스 유리창이 불투명해서 며칠 비가 온 후 

물이 가득한 한강을 자세히 못 봐서 그랬나!

올 때는 나도 모르게 맑은 유리창의 맨 앞에 앉으며

잠이 오면 부끄럽겠다 싶었지만 앞의 풍경들

보느라 눈꺼풀이 내려오지 않았다.

 

 평소에 지하철 갈아타는 곳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넓은 도로를 마냥 달리며 한강변을 구경하고 인기가

높은 홍대주변을 지나 서울역으로 향하는 노선이라 도심의

모습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젊은이들로 물결을

이루었고 서대문을 지나 이제 서울역이라 내렸는데

공사하는 곳이 있었어도 주변이 허름하여...

 '이곳이 서울역 어디쯤일까, 지하철역은 어디에 있지?'

잠시 촌사람이 되었다가 사람들 따라 움직이려니

서울역 옛 건물이 보여 안심이었다.

 

 

 

 '옛 건물에 들어가 볼까?'

처음 서울땅을 밟았던 곳도 여기였었지.

기차에서 내리며 크다, 넓다라는 생각은 못하고 

자다가 할아버지 따라 나와서 멍 했던 기억이 지났다.

 '오호, 마침 전시회가 있나 봐!'

사진은 모조리 구경하고 나오며 찍어서 7시가 되어간다.

 

 

 

 

 

 2023년 5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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