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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안에 있는 건청궁에서 특별전시가 있다니 

친구들과 약속을 하였다. 아무런 일정이 없는 줄 알았지만

몇 개월 전에 메모를 하지 않았던 일정이 문자로 와서

다른 날로 바꾸려 했으나 9월에는 꽉 차 빈 날짜가 없었고

친구들 만남도 여러 명이라 약속날짜를 다시 잡기

번거로워서 집에서 일찍 나와 볼일을 보고

만남 장소로 향했다.

 

 40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국립궁중박물관에 

더위를 피할 겸 잠시 들렀다가 국왕의 즉위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면류관은 머리에 쓰는 최고의 격식

모자로 앞 뒤에 옥과 구슬이 늘어뜨려져 시야를 가리고

좌우에도 작은 솜뭉치가 매달려있다는데 보이진 않았다.

'악은 보지 말고 나쁜 말은 듣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단다.

 

 왕위에 오르는 방법은 크게...

양위(讓位), 사위(嗣位), 반정(反正)으로 구분되었다.

양위는 왕이 직접 왕위를 넘기는 것이고

사위는 왕이 죽은 뒤 후계자가 뒤를 잇는 방법이며 

반정은 왕을 쫓아내고 새로운 왕을 세우는 방법이다.

새로운 왕은 즉위식의 장엄한 행사를 통해 자리에 올랐으며 

일반적인 왕위계승방법은 사위(嗣位)였기에

국상(國喪)의 한 과정이었다.

 

 입고 있던 상복(喪服)을 잠시 벗고 대례복인 

면복(冕服)을 입고서 즉위식을 거행하였으며 먼저 선왕을

모신 빈 전에서 왕의 상징인 대보(임금의 도장)를 받고

정전의 정문에 설치한 어좌에 앉아 신하들의

축하인사인 하례를 받은 후 정전에 올랐다.

 

 

 국왕이 입는 최고의 예복인 면복(冕服)으로

즉위식과 비(妃)를 맞가례. 종묘 제례와

조회(朝會)에 착용하였다.

 

 면류관을 쓰고 곤복(袞服:곤룡포)을 갖춰 입었으며

소매끝자락을 보면 용(龍) 산(山) 불꽃(火) 꿩(華蟲:화충)

술잔(宗彛) 등이 수놓아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국왕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국왕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곤룡포의 허리에 두르는 장식인 대대(大帶) 후수(後綏)이며

그 밖에 패옥(佩玉), 상(常), 폐슬(蔽膝) 등으로 구성되었다.

 

 

  1층만 관람하고 어두운 박물관을 나오자... 

햇볕이 강해서 신문도 읽을 겸 그늘을 찾아 두리번 했는데 

근처의 꼬마들이 뛰어놀고 고목인 은행나무와

의자들이 정겨워 기분이 화사해졌다.

 

 

 이때가 11시경, 근정전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복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로 전통한복이

아니어도 곱고 예뻤으며 오늘따라 몇몇 남자들이 

갓을 쓰고 두루마기에 처마 끝에서 자세를 잡았는데

모델처럼 근사하였다. 건물들을 성큼성큼 지나 경복궁

북쪽에 자리한 건청궁으로 가기로 했지만...

 

 

 왕은 곧 용(龍)이어서 용마루가 없다는 강녕전에 이르러

안쪽의 침전을 둘러보았다. 마루에서는 내외 종친을

불러 연회를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는데 몇 겹의 문을

지난 방이 그다지 크진 않았고 무게감이 있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왕비의 침전이며 중궁전으로

불렸던 교태전이다. 마루 뒤쪽으로 소나무 그림에

다소 화려하였고 아미산이 뒷문에서 반짝거렸다.

 

 

  교태전 뒤뜰의 아미산에 남아 있는 3개의 굴뚝에는 

십장생, 매난국죽과 좋은 일이 일어나라는 기원의

길상무늬들로 산뜻함을 주었다.

 

 

 향원정을 지나 건청궁을 앞에 두고...

 

 

  몇 번 왔지만 무심코 지났던 샘을 살펴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글을 읽고 왔더니 보여서 반가웠다.

경복궁 창건(1395년) 당시부터 있던 샘인데 샘에서 솟아난

물이 두 번 직각으로 꺾여(곧장 내려가다가 둥그런

곳에서 꺾이고 연못으로 들어가며 다시 꺾인다.)

연못으로 흘러들어 갔는데 이는 향원지(香遠池)에

드리워진 정자나 꽃나무의 그림자가 물결에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비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특별히 개방하고 있는(9월 18일까지) 건청궁까지 왔다.

고종과 왕비가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니 

어서 들어가 보자!^^

 

 

 

 

 2023년 9월 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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