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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왔지만 실내에서 움직일 것이라

걱정이 없었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친구들인데...

요번에는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새로 생긴 

갓을 씌운 '한국방문의 해' 간판이 서있었다.

 

 

 호수를 안 보고 지나갈 수는 없다.

멋있어서...ㅎㅎ

아주 잔잔하니 평화로웠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국립박물관 본관 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라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오른쪽으로 향하면 된다.

 

 한글박물관 건물은 한글 모음창제의 철학적 배경인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하였단다. 지붕 쪽이 하늘,

중간 부분이 사람, 계단 오르기 전이 땅으로 왼쪽으로 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도 되지만 계단으로 올랐다.

 

 

 계단은 바로 상설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연결되었다.

친구를 발견하며 언뜻 본 ㄱㄴㄷㄹ에 뭉클하였다.

 '얼마나 아름다운 글씨인가!'

 

 기다리던 이곳은 출구라 쓰여 있어서... 

인사 나누고 전시관 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늘 쓰는 한글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한글의 자음과 모음 자체가 예쁜 그림으로 시작되었다.

정갈한 모습으로 집중력 있게 몰고 가는 느낌이었다.

 

 

 '훈민정음'의 서문이 한문으로 되어 있어, 어라?

무식한 나머지 일부러 그랬을까 문득 서운했지만

본래 한문으로 기록되었으며 이를 당대의 한국어로 번역한

서문이 세조 연간에 발행된 '훈민정음 언해본'이었다.

 '이렇게 몰랐답니다.'^^

 

 

 바로 훈민정음 언해본으로 훈민정음이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뜻하며 세종께서 

한글 창조를 이룬 이유가 나타나 있다.

 

 

 한글이 없던 시절에는 한자의 음이나 뜻을 빌려 쓴

이두(吏讀)나 향찰(鄕札), 구결(口訣)이 있었으며

이두는 한자를 쓰되 어순을 우리말대로 적었고, 

향찰은 어순뿐 아니라 문법요소와 어휘까지도 우리말처럼 

표현했으며 위에서 보이는 구결은 한문 원문을 우리말식으로 

풀어 읽기 위해 한자 곁에 기호나 부호를 넣어 사용한

방법이었으나 한자를 어느 정도 익힌 계층만

사용했다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쉽게 쓰고 읽히는 한글이

탄생되었음이니 고마우신 세종대왕님~~~ ^^

이두나 향찰이나 구결은 이론을 듣고서도 자세히

모르겠어서 한글탄생에 한없이 감사드립니다.

 

 

 백성들이 점점 한글을 익혀서 두루 사용하게 되어

양반이 '백천에 사는 노비 기측이(긔튝이)에게 편지를 

썼는데 '다른 것이 아니라 네놈이 거짓문서로 넉 섬의

도지를 갚지 않아 사납기가 천지간에 없는 놈이더니

작년에도 도지 두 섬을 뱃사람 주었노라 사리에 어긋났어서 

올해 도지는 모두 여섯 섬을 하여야 하며 또 흉악을

부리다가는 나도 분한 마음이 쌓인 지 오래라

큰일을 낼 줄 알아라!'(1692년 10월 7일)

노비가 편지를 읽었다는 뜻일 테지요?

 '아고~~~ 무서워라!'

 

 

 한글로 쓴 사주점 책으로 맨 오른쪽 사람을 

해설해 놓았는데, 이 사람은 위엄이 산과 같아 만인이

공경하며 말년 신세가 태평할 것이니 19세 23세 39세가

액년이고 57~ 58세, 61세를 탈 없이 넘기면 71세가

정해진 수명이라고 '71 정명이라' 쓰여 있다.

 

 

 정조가 외숙모에게 쓴 편지다.

요즘 박물관 특별전으로 '탕탕평평'을 전시하고 있는데 

말과 글의 힘이라고, 신문을 읽으니 이런 편지나

그림으로 힘을 발휘했던 비슷한 맥락일 듯하였다.

 

 

 1877년 영국 선교사 존 로스가 쓴 한국어 학습서다.

해당하는 한글 발음을 밑에 적고 영어 단어도 넣었다,

디운 물다오 목욕하갓다.(더운물 다오 목욕하겠다.)

와서 불 푸여라.(와서 불 피워라)

이런 뜻 같은데 오른쪽 글은 더 어렵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였다.

1934년 송기주가 미국 유학시절에 언더우드사에서

만든 타자기에 한글자판을 조립해서 만든 타자기라니

번뜩이는 재주가 있었다 생각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8년) 만들어진

첫 번째 국정교과서여서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다.

조사를 단어로 취급해 띄어 쓴 것이 특징이다.

 

 

 조선 후기 한양 풍물 노래 '한양가'가 수록된

한글 소설책인데 한지책도 아름다웠지만

글씨가 동글동글 예뻤다.

 

 

 3층에는 재미나게 꾸며진 한글놀이터가 있었다.

예약제였으며 한글을 익히는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친숙함이 함께할 곳이었다. 구경해 보고

싶었는데 어린이가 아니라서 입장하지 못했다.^^

 

 

 돌아 나오며 1층 한글도서관을 기웃기웃!

한글박물관에서 발간한 책을 소개하고 기증받은 자료를 

모아 보여주며 다양한 한글사전과 복제본을 만들어

옛 한글책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2시간 정도 국립한글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자랑스럽고 뿌듯해져서(친구들이 아주 좋았다고 함)

오후 1시쯤 점심을 먹으러 야외 석탑정원을 지나

거울 호수 언저리로 향했다.

 

 

 많은 비는 아니었어도 여전히 비가 내렸으며

우리끼리 근사하게 송년회를 하자는 뜻으로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나름 고급(?)스럽게 음식을 마주했기에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앉아서 먹고 마시자가 아니라 일과

살림하느라 바빴으니 한 달에 한번 어디든 정해서

구경하며 공부도 하고 걷기도 하는 만남인데 내년에도

잔잔한 만남이 즐겁게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처음으로 향했던 국립한글박물관이 자긍심을 

심어주며 자랑스러워 추천하는 바이다.

 

 

 

 

 2023년 12월  2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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