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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이 부분적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흙길이 

나오면 반가웠다. 바로 아래에 마을이 있었는데

산을 일부러 끊어서 길을 낸 곳이라 황토흙 속살에 

기분 좋았다가 안타깝기도 했으며 하늘을

여러 번 올려다 보았다.

 

 

 내려오다 블루베리 농장을 만났다.

진한 향기의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매달렸으면

얼마나 예뻤을까! 밖에서는 포대에 담아 키우고

있었는데 나무가 실했다. 묘목을 판다니

마음에라도 몇 그루 심었다.

 

 

 사과밭도 있었다.

이런 산중까지 기온변화로 사과가 올라온 것이다.

수확기에 새들이 오는지 망으로 덮었고 이곳에

솔잎이 날아와 구멍마다 매달려서 마치 어깨에 숄을

두른 듯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깊은 골짜기로 

느껴진다고 하자 조금만 더 가면 큰 길이 나온단다.

 

 

 

 굴다리를 지나...

 

 

 논두렁에 던져진 들깨덤불을 만나고...

이곳을 지나자 마을 동구밖에서 생각지도 못한

냉이 발견에 신이 나서 나뭇가지로 흙을 파며

장갑 낀 손가락으로 뽑아보는데 홀연히 마을 분이

나타나 들킨 듯 캐도 되냐고 여쭈었더니, 된다고...ㅎㅎ

 

 밭 입구에서는 자잘했으나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세상에,

냉이 한 개의 이파리가 지름 20cm를 넘으며 널려있었다.

밭고랑을 일궜던 땅이 부드러워 잘 뽑아짐을 알게 되었고

행여 추울까 모자를 싸갔던 비닐을 벗겨 담아보는데

냉이가 아니라 행운을 담는 것 같았다. 재밌어서

쭈그리고 한 시간은 땅 팠을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냉이를 캐다가 마을을 조금

내려왔을 뿐인데 물소리길 표시가 보이지 않고 길을 잃었다.

오른쪽 집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가 태극기가 보이는

곳을(마을회관이나 동사무소임) 찾아갔더니 경로당으로

아저씨께서 길을 지나쳤단다. 냉이 채취도 그랬지만

마을분들이 친절하시고 인심이 좋았다.

 

 

 두 번째 산길로 접어든 이때가 오후 3시쯤이다.

내려가기 전 의자가 보여 간식으로 배 고픈지 모르겠더니 

밥을 대하자 비로소 냉이에 정신이 나갔었구나 싶었다. 

주먹밥에 총각무였어도 맛있었다.^^

 

 

 6코스 끝부분인 용문관광단지에 접어들었다.

예전에 왔던 곳이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었다.

왼쪽 높은 산이 1000 고지가 넘는 용문산이며 이곳에서

30분쯤 걸어야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다 해서 이미

4시가 넘어 용문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평일이라 약초와 나물가게가 한산하였고,

 

 

 관광단지는 구경할 시간을 따로 잡고 싶었다.

 

 

 수확해 온 싱싱한 냉이다... ㅎㅎ

누렁잎만 떼고 잘게 썰어 냉잇국을 끓였는데 

뿌리마저 부드러우며 캘 때는 향기를 모르겠더니 

국물에 은은한 향이 녹아 겨울철임을 실감할 수 없었다.

두 그릇 남았을 때 굴 한 사발 넣어 몸보신했다.

 

 

 

 쑥은 흔적만 남아 있어서 한 줌 얻었다.

단풍이 들어 진한 보랏빛이 보였는데 한 김 올려

소독해 주며 왠지 약효가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겨울이지만 여행 삼아 시골길을 걸을 수 있어 

풍요로웠고 물소리길이 마음에 심어준 서정과 여유로움을 

다음 여정이 있을 때까지 에너지로 꺼내 써야겠다.

 

 

 

 

 2023년 12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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