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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준비가 끝나 홀가분하게 물소리길을 이었다.

가기 전날 비가 왔고 가는 날만 괜찮았다가 갔다 온

다음날에 다시 비가 와서 날 잡는데 복 받았다 싶었다.

경의중앙선의 종점인 용문역에서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관광단지까지 걷는 6코스는 돌아올 때 버스를 타고

다시 용문역으로 나와 지하철을 타야만 했다.

 

 

 물소리길은 이런 장면이 여러 번 나타났었다.

뚝방길처럼 옆으로 물길이 계속 따라오고 벚꽃나무가

양쪽으로 쭉 늘어서 봄이면 황홀할 길이었다. 

 

 

 아침을 먹고 갔으나 이쯤에서 거울 같은 강물에

비친 그림들마저 감상하며 향긋한 커피와 쵸코렛과자 

그리고 주먹밥 두 덩이 먹었을 것이다.

산을 앞에 두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춥지 않아 좋았고 아무 걱정이 없었다.

 

 

 4코스부터 흑천(黑川)이 나타났었나?

상류로 향하는지 강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따금 강가의 겨울 갈대들도 보기 좋았지만

 

 

 길가의 마른 꽃들도 색이 엷어진 듯

누워 있는 자체로 근사한 꽃다발이었다.

 

 

 강가에 늘어선 투명한 나무들은 어떠했을까!

쭉 뻗은 줄기에 잔잔한 가지들만이 군락을 이뤄 山水와

어우러지며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하기도 했다.

더운 여름에 땀 흘리며 걷는 것도 의미 있더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한적하게 움직이며

마음속 정리를 하는 것도 차분하니 좋았다.

어수선하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곳에서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한참을 살펴보았다.

물이 불어나면 다리 위로 돌아서 가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살표가 다리밑으로 되어있어서 

분명 길이 없어 갸우뚱했던 것인데, 물 위의 돌다리를

건너도 좋다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중간쯤에 있는

돌이 물에 잠겨서 결국 다리 위로 지났다.

 

 

 강물은 혁혁하게 좁아져 흑천의 상류 쪽을

떠올렸으나 집에 와 지도를 살펴보니 흑천과는 

멀어지고 지류인 '용문천'을 지나고 있었다. 어쩐지

너무 급하게 좁아져서 이상하다 했다...ㅎㅎ

 

 

 어떻게 보면 물소리길 1코스~ 6코스까지가 

커다랗게 양평이라 불리는 것 아닐까 싶었다.

예쁜 집들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다.^^

 

 

 나뭇잎으로 가리는 부분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나무들과 파스텔톤의 하늘이 은은하였다.

물소리길 갈 때마다 기온의 커다란 변화 없이 평화로워서

누군가가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혼자서는 모르겠는 것들도 생각을 합치면

답이 나오곤 해서 신기하였다. 가운데 부분이

가시 모양인 듯 촘촘했던 이 식물이 엉겅퀴의 겨울

나는 모습이라니 훤칠한 꽃대와 분홍빛 꽃이 그려지며

생명력에 감동이 오고 쪼글거리는 무늬가 아름다웠다.

 

 

 버섯과 곤충이 보이는 들판을 끝으로 

고도가 점점 높아지는 산길이 시작되어 괜찮을까?

가보지 않은 곳이라 걱정이 쪼금 되었다.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로 여겨졌기 때문인데

넓은 임도(林道)를 걷는 것이고 낮은 산이기도 했지만

비교적 짧은 산길이어서 별 것 아니다 지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인들은 둘 이상 가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물소리길 6코스가

시작되는 용문역까지 2시간이 걸려 왕복 4시간은

이동하는 시간이었고 가다가 논두렁이 걷고 싶거나

무엇일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잠시 벗어나 구경하고

다시 돌아와 이어가서 다른 사람들보다야

시간이 배로 걸리기도 하였다.

2편으로 이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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