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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오기 전 물소리길 한 코스를 더 걸었다.

봄부터 시작해 눈이 온 날에는 걷지 않아 궁금해서  

비교적 따뜻한 날로 정하여 기온은 영상 5~ 6도였다.

지도를 보면 7코스는 낮은 산을 빙 돌아 지평역으로 향하며

거의 평평한 길 10.7km로 걷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평역에서 다시 서울로 오는 차편이 불편하였다.

 

 

 경의중앙선 용문역에서 나오자마자 이정표를 

참고하지 않고 산 밑에 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지

물을 따라가는 길이니까(실제로 흑천이 흐르고 있었음)

이야기하며 앞으로 쭉 걸었는데 역을 나오자마자

다른 길로 향한 것이어서 길을 잘못 들은 셈이었다.

걸으려고 왔으니까 조금 돌았어도 상관없지, 뭐!^^

 

 

 멀리 녹색으로 보이는 철길이 지평역으로 향하는

철도인데 남쪽으로는 용문역이 종점인 줄 알았지만

집에 와서 찾아보니 경의중앙선의 종점은 지평역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물길이 보이지 않아 징검다리가

나올 줄을 전혀 전혀 몰랐다.

 

 

 그런데 한강의 커다란 지류인 흑천이 나타났으니,

돌다리를 못 건널 정도면 돌아서 다리를 이용하라고

했으나 건널 수 있는지 조차 가늠이 되질 않아서

갔다가 물이 돌을 넘으면 돌아오자 마음먹었는데... 

 

 

 돌다리는 머리를 들고 있는 모양으로 보였지만

돌다리 위에 눈이 가득하고 물이 돌다리 사이사이로

꽉 차게 흘러서 소지품을 모두 정리한 후 집중하였다.

특히나 뒷다리를 떼며 반동으로 넘어지면 어쩌나,

앞다리를 디디며 미끄러지면 어쩌나 벌벌 벌 긴장감이

하늘을 찔렀다. 길쭉한 돌로 시작되다가 중간쯤에는

돌이 가로로 놓여있어서 안전을 생각해 지혜롭다 싶었다.

7코스 중 아슬아슬해서 가장 기억에 남을 곳이다.

 

 

 들판에는 논과 비닐하우스가 많았고 시금치인 줄

알았더니 봄동이 새파랗게 보기 좋았다. 키워서 그냥

팔지 왜 중간 부분을 발로 밟아 넓적하게 펴서 팔까?

무게를 달아서 파니까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말이다.

예쁜 봄동을 지저분하게 말야!^^

 

 

 마을이 있어도 서울서 멀어질수록 사람은 드물었고,

 

 

 이제 동전천 3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산을 한 바퀴

돌아갈 참인데 물소리길 표시를 살펴보면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가야 할 방향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

양쪽으로 길이 있을 경우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림잡아

한쪽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래서 건의할 겸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12월까지 재정비를 한다고 쓰여 있어서 반가웠다.

불편한 점들은 고쳐가야겠지, 물소리길 7코스는  

자연과 함께 하는 곳으로 개발이 덜 되었음이 

눈으로 보였다.

 

 

 볏단을 보니 동생들이 4살 때쯤 성냥불을 그어 

(인삼밭 만들려고 집 앞 공터에 볏단을 쟁여놨었음)

불났던 기억이 지나갔다. 지푸라기라 얼마나 잘 번졌는지

동네아이들과 숨바꼭질하던 중 숨을 곳을 찾다가

발견했지 뭔가!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모퉁이를 돌아가니

동생 둘이서 주황빛 불기둥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어쩔 줄 모르고 나도 놀라서 숨이 멈춰질 지경이었는데

마침 장날이라 부모님은 일터에 계셨기에 옆집으로 달려가

불 좀 꺼주시라 소리쳤을 때 어른들이 몇 분 계셔서 우물에서

물을 퍼 날라 소방차 오기 전에 꺼서 다행이었고

꼬마들은 혼날까 무서워 방천뚝으로 도망갔다가 

캄캄해져서야 만났을 것이다... ㅎㅎ

 

 

 이곳에서도 산을 옆에 끼고 돌아가는 상황이라 아무런  

의심 없이 주택들 있는 곳으로 100m는 올랐을 텐데... 

이정표가 어느 순간 보이질 않아 다시 내려와서 

세 갈레길임을 확인하고 앞 뒤를 살폈었다.

 

 

 이정표가 이렇게 세워져 있으니 대체 어느 길로 

가라는 소린지 짐작을 해서 왼쪽으로 갔다가 맞아

다행이었는데 어디 앉아서 점심을 먹을래도 어설퍼서

이따금 의자라도 있으면 좋겠다 의견을 나누던 중...

 

 

 쨘~~~

넓은 평상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가!

그럼 그렇지, 우리 맘을 용케 알아줬구나 싶었다.

햇살이 비추는 고갯길이어서 눈은 다 녹은 모습이었고

바람은 없었지, 발아래 경치를 보며 따뜻한 차와

밥을 펼치고 서두름 없이 오찬(午餐)을 즐겼다.

 

 

 밥을 먹고 무거운 몸을 움직여보는데 우리가 걷는 길 

바로 위로 아무도 밟지 않은 장소가 나타났다. 바로 앞에

여인이 한 명 지나갔는데 걸음이 빠르더니 그냥

지나갔나 보다며 이런 걸 보면 놀다 가야지. 지나치기

아까워 논두덕 위로 올랐다. 물을 채운 곳 같은데 혹시

발 디뎠다가 빠질까 조심스럽게 내디뎌 쿡쿡 찔러보았으나

영상의 기온이고 얇게 얼은 느낌에 무서워서 가운데로는

접근하질 못하고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섰다.^^

 

 

 산 넘어 있는 川의 이름은 송현천이었다.

이런 뚝길을 곧게 걷다가 부대를 만나고 노래를 

크게 부르며 아직도 멀었나? 할 즈음 지평역이 구석에서

불현듯 나타나 시시하기도 했었다. 경의중앙선의

종점이긴 했어도 기차가 하루에 4번 정도 정차하였고 

용문역으로 가는 버스 또한 몇 번뿐이라 2시간은

기다려 기차와 버스를 탈 수 있어서 교통이 영~~

불편하였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용문역으로 이동하여

기차를 탔는데 사람이 없어 그럴 테지만 실망스러워서

8, 9코스에 대한 기대감이 적어졌다 할까?

 

 그런데 끝까지 걸어보자고 하니...

택시로 이동할 망정 다음 여정을 꿈꿔본다.

며칠 즐겁게 보내고 희망찬 용띠해를 맞이해 보자!

 

 

 

 

 2023년 12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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