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늘상에서떠남

서울둘레길 1-1코스

평산 2024. 1. 20. 11:48

 주간날씨를 보고 둘레길 가자고 약속했는데

하루 전에도 괜찮더니만 떠나기 직전에 일기예보를

참조했더니 12시쯤 눈이나 비가 온다고 하여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지요?"

 

 안전이 제일이니까 참는 게 좋겠다 했다가  

날을 다시 잡자 했다가, 서운하니까 가까운 곳이라도

한 바퀴 돌자 했다가, 오더라도 하늘을 보니 그렇게

많이 올 것 같진 않다며 우산이나 비옷을 챙겨

일단 떠나서 안 되겠으면 중간에 돌아오자는 의견으로 

모아져 도봉산역을 지나 '서울둘레길 1코스'가

시작되는 창포원에 도착하였다.

 

 창포원에서는 고민했던 일이 무색하게도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도를 펼치며 설명을 듣고

1코스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서울둘레길 1코스'는 난이도가 상(上)이며

총 18.6km로 8시간 10분이 걸린다 하여 애초에

모조리 걸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했을지, 펼쳐 본 지도에는 예전의 1코스가

3개의 코스(1-1 1-2 1-3)로 나뉘어 현실감이 있었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멋진 도봉산을

올려다보고 체육시설이 가득한 동네를 지나...

 

 

 시원한 바람의 중랑천을 건넜다.

 

 

 대충 감잡아서 수락산 방향으로 향했는데 

 '서울둘레길'이란 표시가 보이지 않아 섭섭하였다.

초행길에 지도를 보고 어림잡아 가라는 것인가?

길잡이가 없는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무조건 산을 보며 향했더니...

 

 

 한 팀을 이루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다행스러워 이분들이나 따라가야겠다고 마음먹고서

혹시 미끄러질까 고무밴드를 신발에 두 개씩 감았다.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전혀 서둘지 않는

연장자들이었는데 얼마큼 가다가 미안하셨던지

앞서가라고 했지만 초행길이고 모르는 곳이라

뒤따라 가겠다는 의사표시를 전했다. 아직까지는

길이 얼지 않아 편안했는데...

 

 

 스틱을 준비 못했고 신발 밑창이 닳은 편이지만

여러 날 온화했어서 길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겨울산은 스틱과 아이젠을 꼭 챙겨야 해요."

뒤돌아보며 걱정스러우신지 한 말씀하셨는데...

그냥 흙길이어도 난이도가 어렵다는 길인데다가

숲으로 갈수록 땅이 얼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이분들 속도가 느리다 여겨졌으나

물 한 모금 드시지 않고 계속 일정한 속도로 움직임에도 

점점 따라가기가 벅찼으며 계단 또한 모조리 빙판이라

발을 조심스럽게 디뎌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다.

더구나 예보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점점 함박눈으로 바뀌더니 길이 금세 하얗게 변하였다.

얼음 위에 눈이 덮이자 앞서 가신 분들이 스틱으로

탐지하시고 얼음이 있는 부분은 피하라며 고맙게도

동그라미를 그려주시기도 하였다... ㅎㅎ

 "경치가 참 좋습니다!"

 

 

 그러던 중 상계동의 어떤 마을과 가까워졌는지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 같았고 낮은 곳에 내려와 기온이 좀 올랐을까

습기찬 눈으로 변하여 옷이 젖기 시작하였다.

 

 

 주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과 각가지 체육시설,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경사가 완만한 데크길이

지그재그로 나있으며 눈을 피할 수 있는 정자가 보이자

앞서간 분들이 자리를 잡는 바람에 우리도 쉬어갔다.

과자와 육포를 주셔서 곶감을 나눠 드리고 차 한잔 하며

잠시 머무르다 눈이 많이 오니까 너도나도 정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먼저 자리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가겠습니다."

 " 곧 뒤따르지요."

 

 

  하지만 그 후로 그 분들은 못 만나서

알아서 가야 하니 이정표를 살펴야 하고 

잠시 그곳만 바글바글 했지 인적이 드물어 불안했지만

눈이 쌓인 땅은 오히려 푹신하여 미끄럽지 않았고...

당고개공원까지 2km 남았다니까(총 6.3km)

금방이겠지 용기를 내었다.

 

 

 잠시 머물렀다고 땀이 식으며 추위가 느껴져서 

산을 돌아가기 전에 비옷을 입기로 했다.

비가 아닌 눈이 와 다행스러웠어도 모자마저

축축해 어설펐던 것인데 비옷으로 머리까지

뒤집어썼더니 금방 따스함이 돌아 온화해졌다.^^

 

 

 눈은 예상보다 많이 온 듯하다.

올라가며 내리기 시작해 희미해지는 산너울을

만나고 여우에 홀린 듯 하얀 숲을 거닐어 땅에 발

내디디니 그치기 시작하였다. 물어물어 당고개역을

찾아 집으로 향하는데 몸이 노긋노긋하며 우리가 방금

어딜 다녀왔던가? 현실인지 꿈인지 가물거릴 만큼

멋진 신세계에 푹 빠졌다 헤쳐 나온 느낌이었다.

 

 

 

  2023년 1월  20일 평산.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