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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아버지와 갈비탕

평산 2023. 10. 4. 00:00

 "아버지, 아무것도 하시지 말고 계세요!"

 "저희가 가서 할게요."

 "갈비탕 끓이고 있어."

 

 식구들 온다고 갈비탕 끓이실까 봐 아침 7시가 막 지난

이른 시간에 전화드렸는데 벌써 시작하셨다니 어쩌나!

동생이 고깃국보다 된장찌개를 해 먹자고

재료를 모두 가져오기로 했는데?

 

 아버지께서 끓이신 갈비탕보다 된장찌개가 좋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건넨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니, 벌써 갈비탕 끓이고 계신단다."

 "아~~ 갈비탕 먹기 싫은데, 맛있다고 하지 말아야 해!"

 "맛있다니까 자꾸만 끓이시잖아!"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해서...

 

 "갈비탕을 손수 끓여주시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

 "와서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효도지!"

 "된장찌개는 내내 집에서 끓여 먹으면 될 테고... "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는데 점심을 먹어야 함에도 

오질 않아 2시가 넘어 부모님과 먼저 갈비탕을 먹었다.

오늘따라 푹 익은 고기가 뼈에서 쉽게 발라져 부드러웠고

국물이 개운했으며 무, 대추, 토란까지 넣으셔서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허리가 아프신데도 자식들 온다고

서둘러 부엌에서 왔다 갔다 하신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갈비탕 먹기 싫어서 일부러 늦게 왔어!" 

나만 들으라고 쪼그맣게 한 소리였지만 철이 없어도

저리 없을까 싶어 동생이 순간 어찌나 밉던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께서는 점심 먹고 왔다는

소리에 그럼 갈 때라도 한 술 뜨고 가거라!

 "그냥 가면 아버지가 서운해!"

 

 동생은 오자마자 입이 뚱하게 나온 채로 무엇을

조립한다며, 엄마 식사하실 때 불편하실까 봐 바퀴 달린

테이블을 만들고, 복숭아 한 상자, 한과 한 상자, 

올케가 잡채도 해 와, 나물 세 가지에, 고추장,

주방칼세트 등 나보다 부모님을 생각한 모습들이어서

그럼 그렇지, 철없는 동생은 아니야!^^

 

 부침개 부치는 옆에 다가와 맛있다며 집어 먹다가 

(아마 점심을 먹지 않았나 배가 고픈 듯했음)

문득 거실 바닥이 지저분하자 걸레를 빨아와서

몇 번 문지르고는 이왕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대걸레로 마루며 부엌이며 시원시원하게 청소를

해줘서 동생 덕분에 일이 일찍 끝난 셈이었다. 

 

 "갈비탕 먹을래?"

 "아버님, 국물과 고기 조금만 주세요!"

뜨거운 국물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좀 데워야 한다며 

올케가 자리에 앉자 동생도 생각을 달리했는지 살며시

다가와 두 그릇을 싹 비워서 동생 부부가 참 예뻤다.

 

 갈비탕을 먹지 않았으면 마음에 걸려

이다음에 갈비탕만 봐도 아버지 생각날걸?

결국은 나를 위해서 먹는 걸 거야!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

 

 

 

 

  2023년 10월 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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