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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가 시원찮으신 아버지께서 삼계탕을 끓이셨다.

인삼, 대파, 대추, 양파, 찹쌀, 통마늘...

언뜻 보기에 이런 채소들이 보였는데 어릴 적부터 먹어와

익숙하였고 유명한 삼계탕집보다 깊은 맛이 느껴졌다.

생삼이 여러 뿌리 들어가야 향이 진하며 먹을만한 것이다.

 

 아버지표 삼계탕을 먹을 때에는 커다란 접시에

일단 토종닭을 건져서 다리와 몸통을 식구수 대로 나눈 후

소금 찍으며 먹다가 국물을 더해 마시고 우러난

닭국물로 찰밥을 따로 하셔서 나중에 먹는 방법인데,

난 고기를 먹고 국물에 찰밥을 말아 땀 솔솔 흘리며

오랜만에 아버지 덕분에 호강을 하였다.

 

 먹었으니 설거지를 해야지!

들통에 밥물이 넘쳤던 밥솥까지 오라버니가 들어줘서

통째로 수돗물에 대고 속속들이 씻은 후 엄마 손을

잡고 이야기 나누다 친정집을 나오는데...

 

 

 봉지 하나씩을 들려주셨다.

농사를 짓지 않기로 하셔서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기존에 있던 뿌리들이 싹을 틔우고 고추 5개 심으셨다며

풋고추에 밥에 넣어 먹어라고 콩 한 줌 그리고 쪽파종자였다.

콩은 장마철에 습하여 싹이 나올까 냉동에 올리고 

매운 고추는 나만 먹어야 해서 마늘이나 양파 장아찌액을

덜어 싱거울까 간장을 더하고 펄펄 끓여서 식혀 부었더니

익었다 할 수 없어도 칼칼하며 맛이 좋았다.

 

 쪽파종자는 어쩌지?

된장찌개에 쪽파대신 넣어 먹으라는데 

찌개 할 때마다 까는 것도 일스럽고 모조리 껍질을

벗겨놓으면 냉동에 넣지 않는 한 상할 수 있어서 

날 잡아 부엌바닥에 앉아 두 시간쯤 깠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했더니 일어나며 신음소리가 나왔다.

단단하고 여러 겹의 껍질에 숨어 있어 벗기기 어려웠지만

보랏빛 알맹이들이 자수정처럼 빛났다.

 

 

 상하지 않게 먹는 방법이란 저장식품이라서 

요번에 두 번째로 해보는 것으로 심심하게 양조간장,

매실액, 식초를 넣고 피클양념을 하여 

끓인 다음 한 김 나간 후 들어부어 숙성되길

기다리고 있다. 아삭하니 맛있을 것이다.

 

 

 

  2023년  7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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