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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둥굴레 한살이

평산 2024. 11. 18. 21:55

 어딜 다녀올 때마다 둥굴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파트 화단에 심은지 한 3~ 4년쯤 되는 것 같은데

시간이 가며 변하는 모습이 사람을 닮았구나!

 

 한여름 고개 숙이지 않고 기운차게 위로 뻗다가

성숙된 잎의 겨드랑이에서 하얀 꽃이 대롱대롱

매달릴 때는 순결하고 귀엽더니 어느덧 10월 말

즈음엔 반백이 되어갔는데 이런 모습도 아름다웠다.

정원 가꾸기 식물로 충분한 가치를 느꼈다 할까?

 

 그 후로 보름이 지난 11월 15일쯤에는 거의 엷은

노랑으로 바뀌고 기운이 없어 누운 모습이라도

나름 머릿결이 곱고 품위를 느낄 수 있었다.

 

 줄기가 약해지며 골다공증이 발견되는 시기!

하지만 뿌리는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을 것이다.

수확하는 것은 못 봤고 그러다 봄 되면 싹이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알뿌리식물과 비슷하다 생각되었다.

 

 앉은자리에서 찬바람과 눈(雪) 비를 맞아

겨울이 끝날 즈음엔 둥굴레 흔적이 거의 없었는데

몸이 부서지고 부서져서 새싹의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둥굴레의 한살이를 지켜보면서 점점 추해진다기보다

자연스러운 美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 들어가며

품위를 지니기 위해서라면 부단히 갈고닦아야겠고

온화한 주름으로 미소 짓는 얼굴이 되고 싶다.

 

 

 

   2024년 11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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