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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을 이따금 땄어도 발견하지 못한 튼실한
호박을 모처럼 밭에 온 오라버니가 쉽게(?) 발견하였다.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마른풀 쌓아놓은 구석에서
숨어 지내다 덩치가 커지자 눈에 띄었을까 커다랗고
윤기가 나며 울룩불룩 잘 생겨서 보기 좋은 호박이었다
된장찌개 몇십 번은 해 먹겠다며 너무 크다고 음식점
아주머니를 주자 하시는데 마침 호박이 없었고 아버지
정성으로 자란 것이라 무거워도 가방에 넣었다.
그러잖아도 돌아오며 음식점에 인사차 갔더니 농사지은
호박이 가득 쌓여있어서 그곳에 갔으면 아마 대접을 못
받았을 것이다. 이틀 정도는 엄두가 나질 않아 바라만 보다
썩기라도 하면 가져온 보람이 없어 잘라봤더니,
크기만 했지 껍질마저 연하고 싱싱했으며...
속을 좀 파내고 된장찌개 해 먹으려고 1/4쪽만 남기고
나머지는 양이 많아 말리려는 생각에 양파망에 넣어
매달았는데 호박을 널어놓은 후로 며칠 동안 날이 흐려서
두 개의 망으로 나누어 걸어놨어도 영 진전이 없자
소쿠리로 옮겼다가 급기야는 프라이팬에 말려보았다.
건조기가 있었으면 쉬웠을 텐데... ㅎㅎ
낮은 불에 올려놓고 신문이라도 읽으며 가끔 뒤집어
주면 되어서 소쿠리 두 개에 널어놓았던 것을 생각보다
쉽게 말렸다. 더욱이 호박에 열이 가해져 익기까지 해서
건과일처럼 그냥 먹어도 달콤했으며 무쳐서 먹으면
맛있겠다 싶어 양념을 넣고 버무렸더니 호박고지처럼
꼬들꼬들하며 훌륭한 밥반찬이 되었다.
이 기회에 수분이 많은 여름 호박보다는
가을에 씨가 맺히기 전의 호박이 살이 많아
말리기 좋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절이 딱 맞은 것 같아
주부로서 한 가지 알게 되어 뿌듯하였다.
2024년 11월 2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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