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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서울에 살아도 1년이 넘게 만나지 못한 

시골친구를 안국동에서 만나 만두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운현궁을 한 바퀴 돌았다.

안국동이 번화가이기도 하지만 바로 근처에 헌법재판소가 

있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탄핵 찬반 시위로

확성기 소음에 소란스러웠다. 정해진 곳에서 만나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노인회, 부녀회, 무슨 회 등 

몇 명 밖에 없는데 각자 소리를 내고 있어서 정신 없다가

운현궁으로 들어서니 고풍스러움에 딴 세상 같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문화재를 대하는 자세가 

틀려서일까? 오늘처럼 자세히 구경한 적은 없었다.

같은 기와집이라도 왕의 아버지였고 섭정(임금을

대신하여 통치권 행사)도 있었기에 궁궐처럼

튼튼하면서도 아름답게 지어졌단 생각이다.

대문을 들어서자 아래 지도에서 2번에 해당하는 이곳

수직사는 운현궁을 지키는 수하들이 사용했던 곳이며...

 

 1번이 들어가는 대문으로,

그림자가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ㅎㅎ

 

 지도에서 4번에 위치한 노안당으로 드어가는 문이다.

노안당은 운현궁의 사랑채로 흥선대원군(1820~1898)의

주된 거처였으며 '노인을 공경하며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대원군이 국정을 논의하던 곳이다.

 

 마루 안쪽으로 놓인 방이 일반 궁궐보다 넓어 보였고

공간을 쓰임새 있게 나누었다 싶으며 집을 지은

나무들의 견고함과 일자형 주택이 아닌 공간들이 

모여있어서 추위가 덜하지 않았을까!.

 

 고풍스럽고 단단하게 지은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천정의 부챗살 서가래 모습 발견!

 

 대들보가  듬직하지 않은가!

 

 사랑채 뒤꼍은 대나무가 시퍼렇고 

궁궐만큼 튼튼한 담으로 위엄이 느껴졌다.

 

 안채인 지도에서 5번의 '노락당'이다.

운현궁의 중심 건물로 가족들의 회갑이나 잔치 등

큰 행사가 치러진 곳으로 고종과 황후가 1866년

이곳에서 가례를 올렸고 고종 부부가 본가를

방문할 때에 거처로 사용한 곳이었다.

(그래서 안채 '이로당'이 새롭게 지어짐)

 

 손님이 많았을 것이라 마당을 사이에 두고

부엌이 양쪽에 있었는데 떡메가 떡~하니 보였고,

 

 또 다른 부엌은 햇빛 들어오라는 창살 하며

정갈함과 집안 살림의 규모가 느껴졌다.

 

 사랑채나 안채, 별당으로 향할 때는 보통의

사대부집 대문보다도 커다란 문들을 지나야 했다.

잡이 넓으니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겠더란다.

 

 노락당과 함께 안채로 쓰인 '이노당'의 현판을 보면

이(二) 자는 붙여서 멋스럽게 표현하였으며 이(二)라 함은

흥선대원군가 부인 민 씨로 해석하였다. 

 

 고종이 본가에 올 때에 노락당을 사용하였음으로

새로운 안채가 필요하여 지었다는 이로당은 노락당과

서로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더니 이곳인가?

아치문으로 나가자 뒷마당으로 이어졌다.

 

 집안에 여러 개의 우물이 보였고,

 

 이로당 뒷모습은 소나무가 어우러지며 

넓기도 했고 문살만 봐도 품격이 느껴졌다.

저~~~기 처마 끝 부분이 사랑채 노안당 뒤곁이다. 

 

 이노당의 옆모습과 굴뚝!

노안당, 노락당, 이로당 등 노(老) 자가

모조리 들어가 대원군의 정치 현실과는 달리

노인임을 인정하고 즐겁게 살자는 뜻으로도 보였다. 

 

 사랑채와 안채를 구경하고 나오면 유물전시관이 있고 

대문을 들어가며 이렇게 넓은 마당 또한 있지만

한국전쟁 이후에 전체적인 규모가 줄어서 지금의

모습이라니 놀랍기도 했다. 

 

 마당 건너편으론 방문자들의 쉴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밖은 어수선한데 이곳은 조선시대에 온 듯했으며 

오랜만에 운현궁 구경에 시골친구의 반가운 이직 소식을

들으며 종전보다 가까운 곳으로 왔으니 봄이 오면

만나보자는 약속에 흔쾌히 응하였다.

 

 

 

 

   2025년  3월  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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