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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자주 떠날 것 같아도 살다 보면 그리 쉽지 않았다.

늦은 휴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는 말도 있지만 정~말 정말

많은 시간을 일에 퍼붓고 살았어도 함께 여행 가는 것은~

이제서 4번째이니 낭군과 어딜 간다는 것.....

아직도 설레임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고 싶다.

주제는 쉼~이었다고 할지......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지만 너~~~무나 졸려서 조금 더 잤다.

그야말로 '쉼'이었으니 더 자는 것이 그 순간 간절한 쉼이란 생각에......^^

한 번도 넘어 본 적이 없는 미시령을 택해서 일부러 고속버스를 타지 않았다.

빨리빨리를 강조한 고속도로도 타고 싶지 않아서였다.

맨 뒷자리... 달랑 두 자리가 남았다는 말에 약간 고민을 했으나

풍경도 없는 곳에서 한 시간을 기다린다고 함은 마치 지옥과도 같아서

차에 올랐더니만 가는 내내 햇볕이 다리 부분을 쪼여주니 어찌나 좋은지!

 

 구비구비 넘어가는 한계령만 생각했다가 미시령은 터널로 넘는다고 해서

실망이야 했지만 맑은 물줄기가 계속 이어져서 살고 싶은 마을로 여겨지기도 했다.

미시령을 고개로 넘기도 하나?

 

 서울서 가깝기도 하며 산과 바다가 있는 그곳 정류장에 도착하여...

덥진 않았어도 햇볕이 강하니 10여 km를 걸어서 묵을 곳을 찾아가 보려는

생각을 얼렁 바꾸어 '황태해장국'을 한 그릇 비우고 시내버스를 이용했는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라서 그럴지 운전기사가 다소 감자바위처럼

무뚝뚝하고 미소가 없었네?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올라가 보니

이렇게 멋진 바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어 기분이 음~~~~♬

 

 

 

 힘 들이지 않고 고스란히 눈을 옆으로 돌리니 해안을 따라

늘어선 도시와 나무들과 하늘이 맑고 깨끗했다.

뒤 쪽 설악에서 뻗어 나온 구름이 아직은 하얗게만 보이는데......

  '쉼'이란 거시기에 걸맞게 아주아주 오랜만에 사우나를 하러 가잔 의견에

서슴없이 그러자고 하며 느긋하게 바다가 보이는 독탕들을 차지하고는

솔 향이 퍼진 열탕에서... 또....물 안마에 몸을 맡겨보기도 하며

여왕이 되었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 '해맞이 공원'에 산책을 나와 보니?

 

 

 

 방파제에서 바라다본 서쪽 하늘이 점점 검게 변하며

바다 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커다랗고 높은 산이 있어서 이렇게

구름이 변하는 것인가, 생전 처음 대하는 모습에 놀랍고 신기한 느낌이 들며,

연일 햇살에, 바람에, 바다에서 생긴 수증기들이 모여 모여서....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점점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리라 나름 가늠해보며...

언뜻 설악산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세상에나~~~

 

 

 

 봉우리를 넘지 못해서 울기 직전인 시커먼 구름들이 두텁게 층을 이루고 있었다.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다고 감히 이야기 하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구름이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먼바다 쪽 하늘은 관심이 없다는 듯...

사람들로 북적였던 지난 여름날을 벗어나고 싶었나

파도마저 잔잔하며 우리들처럼 '쉼'을 하고 있었는데......

난, 그 시간 설악산에 비가 왔을지가 무지 궁금하더란다.

 '저런 구름 아래서는 설령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얼마나 무서울까나~!!'

 

 

 

 해맞이 공원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 한가함이

하품을 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나 아무런 무엇도 걸치지 않은 남자가

자연스럽게 거시기를 보여주며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어스름 무렵이라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이래저래 눈을 두리번거리며

싱숭생숭할 즈음, 낭군이 글쎄 제주도 신혼여행 갔을 때

택시기사가 해를 손바닥에 들고 있는 것처럼 찍어주었던 사진을 떠올리며

손의 위치를 잡아주려고 하더란다. 아고~~~~ 참나~~~~

 싫다고 뿌리쳤다. 과감하게....ㅎㅎ...

 

 

 

 너무나 화려하지도 않은 적당한 여백의 잔잔한 저녁 풍경이 우리의 '쉼'을 

한층 도와주려 했으며 무척 아름다웠는데.....더 높이 올라가

어두워져 가는 넓고 깊은 바다와 풍경들을 바라다보며 우아한 저녁식사를

해보는 사이, 불들이 하나 둘 켜지며 무엇을 한 방울 마시지 않았어도

분위기에 홀라당 취해버리더란다. 수평선에는 오징어 배들까지

여러 척 나와 늘어서서 우릴 환영해주었고..... 얼쑤 우~~♪♩

 

 쉽게 잠을 못 이루고 밤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너무도 뜻밖의

일기변화를 보게 되어 무서우면서도... 안 볼 수가 없는 장면에 경이로움 또한

일었었다. 자정 무렵 설악의 두꺼운 구름들이 바다 쪽으로 부는 바람 때문이었지..... 

12층까지 있는 숙소의 지붕을 넘어 7층에서 올려다보는 바로 내 머리 위에서...

그 많던 먹구름들이 바다로 마구마구 내려앉으며 급하게 떨어지는 것이었으니,

 

 처음에는 '산불이 났나~~~' 예측을 해보며....

불났다는 생각이 지나쳤는지 무엇이 타는 듯한 냄새도 있는 듯하더니만

한 동안 계속 연기들이 쏟아지며 바다가 삽시간에 뿌옇게 변해 갔는데....

다른 곳으로 가 아닌 머리 부분 위에서만 구름들이 내려왔었음에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위아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구름 따라 바다로 추락하겠단 아찔함에 아~~~~숨도 제대로

못 쉬며 바라다보았던 이런 행운이 뒤따를 수 있다니 말이야~~~!!

 ' 이대로 가면 내일 아침 일출 보기가 어째~~~~~?'

 

 

 

 

    2009년  9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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